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항공기 안전에 대한 불안감 증폭
MRO 시설 확대 및 인력 충원 등 통해 항공기 점검 강화
1대당 정비사 12명 지침은 옛 기준···항공기 마다 필요 정비 인력 달라 기준 변경

대한항공 정비사들이 항공기를 정비하는 모습. / 사진=박성수 기자
대한항공 정비사들이 항공기를 정비하는 모습. / 사진=박성수 기자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항공기 정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항공사들이 정비 능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정부가 항공기 정비 관련 속칭 ‘군기 잡기’에 나서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항공사들도 안전 운항을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제주항공 항공기 정비 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제주항공 정비 인력이 항공기 1대당 7.5명에 불과하다며 국토교통부 권고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예전과 현재 기준을 혼동한 데서 온 착오라는 것이 업계 측 설명이다.

국토부는 지난 2016년 ‘저비용항공사(LCC) 안전강화 대책’을 통해 항공기 1대당 정비 인력 12명을 갖출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항공기 크기가 저마다 각각 다르고, 필요한 정비 인력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고, 이후 작년에 새 기준이 마련됐다.

국토부는 지난해 5월 ‘항공기 등록에 필요한 정비인력 산출기준’을 새로 제정했다. 새 제정안은 1대당 정비 인력 12명이라는 획일화된 기준이 아닌, 정비 인력 맨아워(1인의 시간당 노동성)에 따라 차등 적용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신규 정비 인력 산출 기준은 맨아워에 항공기 고장결함 여부, 기령 20년 초과 경년항공기, 정비사 경력 등 여러 가지 요소에 대해 가중치를 적용해 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마다 필요 정비 인력이 다 달라지게 됐다. 제주항공 측은 해당 기준에 따르면 필요 운항 정비사가 213명으로, 현재 309명 정비사를 확보하고 있어 국토부 기준을 상회한다는 입장이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정비를 포함한 항공산업 전반에서 국토부 지침을 따르지 않는 곳은 없으며 따르지 않을 수도 없다”며 “특히 안전에 관해선 모든 항공사가 지침을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MRO 설비 확충 및 정비 인력 충원

항공업계는 추후 정비 능력을 보강하며 안전 운항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객기 참사 이후 항공기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진 만큼, 정비 능력을 높여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국민 안전은 물론 해외 여행 회복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서다.

대한항공은 항공 정비(MRO)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에 엔진 정비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오는 2027년 엔진 정비 공장이 완성되면 아시아에서 가장 큰 MRO 단지가 된다.

신 엔진 정비 공장 조감도. / 사진=대한항공
신 엔진 정비 공장 조감도. / 사진=대한항공

엔진 정비 공장은 지하 2층, 지상 5층 건물이며 연면적 14만211.73㎡ 규모다. 비용은 총 5780억원이다.

이에 따라 엔진 정비 역량이 강화된다. 정비 가능한 엔진 대수는 연 100대에서 360대로 늘어나며, 종류도 다양해진다.

티웨이항공은 LCC 최초로 인천국제공항내 항공기 정비 시설인 격납고를 구축해 2028년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사업비용은 약 1500억원이 투입되며 2만평 부지 면적을 활용해 대형기 2대가 동시에 주기가 가능하다.

자체 정비시설 운영으로 티웨이항공은 연간 70대 항공기를 정비할 수 있으며 중정비 및 반납정비를 포함한 정비 비용을 연간 약 129억원 절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항공사들의 경우 항공기 추가도입 등에 발맞춰 정비 인력을 보충해나갈 계획이다.

진에어는 올해 신입 항공 정비직 채용을 진행 중이며, 상반기 내 경력직 채용도 진행할 방침이다. 또한 인원 채용 뿐 아니라 정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도 기울인다.

현재 진에어는 31대 항공기 모두 대한항공 위탁 계약 하에 정비 지원을 받고 있다. B777-200ER의 경우 경정비와 중정비, B737 계열은 경정비를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중정비는 대한항공과 해외 MRO 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와 이스타항공 등은 올해 항공기 추가 도입 일정에 맞춰 정비 인력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까지 운항편을 최대 15편 감축하고 정비 인력을 늘려 항공기 점검을 강화한다.

제주항공은 이달 6일부터 오는 3월29일까지 총 1878편을 감축하기로 했다. 또한 올해 상반기 38명, 하반기 27명을 정비 인력을 충원해 연말 기준 560명으로 정비사를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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