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사고 전 기장, 관제사에 “조류 충돌” 보고
엄청난 속도로 도는 항공엔진 속 균형 약간만 깨져도 심각한 훼손 발생
“갖가지 비(非)전문지식 유언비어 경계해야” 지적도

31일 오후 전남 무안 무안국제공항에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항로에 근접한 청계면 지역에 새가 날고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에 대해 당국은 새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31일 오후 전남 무안 무안국제공항에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항로에 근접한 청계면 지역에 새가 날고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에 대해 당국은 새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에 179명의 사상자를 낸 제주항공 ‘무안공항 사고’와 관련, 사고기 조종사는 관제사에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사실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무안공항 관제탑이 조류 충돌 경고를 한 지 2분 만이다. 아직 사고 원인은 나오지 않았으나 조류 충돌이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된 셈이다.

조종사들은 하늘 위 위험상황에 대해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 복수의 민항기 기장에 따르면 조류 충돌 가능성은 조종사라면 누구나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위험 요소 중 하나다. 새의 무게는 가볍지만 빠르게 이동하는 비행기와 충돌할 경우 엄청난 충격을 가하게 된다.

조류 충돌은 항공기가 운동에너지가 낮은 이착륙시 발생한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요소가 된다. 에너지가 낮을 경우 통제력도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항공기 특성상 전방 발견 시 피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언이다.

현직 기장 A씨는 “조류가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 터빈을 손상시키면 엔진 내 기류 흐름 자체가 달라지고 그렇게 될 경우 불완전연소가 일어나며 화재까지 이어지고 시스템을 무너뜨린다”고 전했다.

또 다른 민항기 기장 B씨는 “엄청난 속도로 돌아가는 엔진이 버티는 것은 모든 힘이 균형을 맞추고 작동되고 있기 때문인데 조류로 인해 균형이 깨지게 되면 엔진 스스로가 엔진을 망가뜨리게 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일각에선 조류퇴치 시스템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새만금 신공항, 가덕도 신공항 등도 철새들이 오가는 만큼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제주항공 사고기가 동체착륙을 시도한 것과 관련, 콘크리트벽이 없는 인근 바다에 착륙했다면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기장 B씨는 “파도가 있는 바다에 동체 착륙하는 것보다 공항 활주로에 동체착륙 하는 것이 훨씬 파손 위험 등이 덜하다는 것이 상식이며 나였어도 활주로에 동체착륙 했을 것”이라면서 “’허드슨강의 기적’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진 사례는 말그대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행해졌던 ‘기적’이며 그것도 바다가 아닌 강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무안공항 사고와 관련, 공식 조사결과도 나오기 전 갖가지 비상식적 유언비어가 도는 것과 관련 기장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한 기장은 “마치 전문가의 지식인 것처럼 정확하지도 않은 이야기들이 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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