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중 비행자료기록장치(FDR) 손상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에 해독 맡겨야 할수도
현재로선 ‘버드 스트라이크’ 유력하고 ‘활주로 길이’ 연관성은 낮아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비전문가의 확인되지 않은 사실 보도 자제해야"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제주항공 사고 사망자가 179명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부상자 2명 외 전원 사망한 셈인데 정확한 사고 원인 분석은 짧으면 한 달, 길면 수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화재가 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여객기는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다. 181명 중 179명이 사망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된 2명은 모두 승무원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된 승무원 중 한 명이 의료진에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을 정도로 사고 시 충격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관계당국 등에 따르면 현재로선 사고 원인 중 하나로 ‘버드 스트라이크’가 강하게 지목된다. 사고 여객기는 착륙시 랜딩기어 고장으로 것으로 동체 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이유가 새와 충돌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고 당시 관제탑이 사고 여객기에 버드 스트라이크와 관련 주의를 줬고 생존 승무원 중 1명도 구조 후 버드 스트라이크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활주로 길이’ 나 ‘항공기 기종’ 등은 사고와는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이 현재로선 중론이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해당 항공기는 출도착전 점검 및 24시간 점검 진행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진다.
항공기와 새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는 대표적인 항공기 사고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결국 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한 랜딩기어 고장이 가장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이다. 무안공항은 특히 버드 스트라이크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정확한 사고 원인 분석엔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행기 사고 원인 분석은 블랙박스 수거 및 분석으로부터 시작된다. 블랙박스는 비행자료기록장치(FDR)와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가 있다. CVR은 조종실 내 승무원 간의 대화, 관제기관과 승무원 간의 교신내용, 조종실 내 각종 경고음 등을 기록하고 FDR은 3차원적인 비행경로와 각 장치의 단위 별 작동상태를 디지털, 자기, 수치 등 신호로 녹화·보존한다.
그런데 이번 무안공항 사고의 경우 이 중 FDR이 손상된 채로 수거됐다는 전언이다. 해당 장치들이 온전하면 일주일이면 해독작업이 끝나지만 손상 정도가 심하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조사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런데 이 NTSB엔 전 세계에서 온 케이스들이 대기하고 있어 길면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대기해야 한다고 한다.
사고 원인을 놓고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엔 갖가지 이야기가 나돌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지 않은 만큼 추측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30일 "비전문가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함으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고, 유가족과 현직 조종사들에게 심적 고통이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추측성 내용을 SNS등 온라인에 게시하거나 공유하는 행위를 자제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사과문을 통해 “현재로서는 사고의 원인은 가늠하기 어렵고, 관련 정부 기관의 공식적인 조사 발표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빠른 사고 수습과 탑승자 가족 지원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고 난 제주항공 여객기엔 가족단위 어린 승객들도 상당수 탑승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어린 탑승자는 엄마, 아빠와 함께 탑승한 3살 남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