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삼성SDI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 각각 8.8%, 17.8% 증가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도 증가···차세대 기술 선점 박차
SK온, 분기 첫 흑자에도 연구개발비 감소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되면서 배터리업계 실적이 지난해 대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연구개발(R&D)비를 늘리며 기술 초격차 확보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양사의 올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 합계는 1조781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한해 양사 연구개발비 지출액은 누적 2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SK온은 연구개발비 투자에 있어 다소 반대되는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회사는 독립법인 출범 이후 처음으로 올해 3분기에 흑자를 기록했지만, 비용 절감에 집중한 나머지 연구 개발 투자에 소홀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올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는 각각 7952억원, 986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연구개발비를 8.8%, 17.8% 증액했다. 양사는 같은 기간 매출이 각각 16.4%, 29.7% 감소하는 등 캐즘에 따른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연구개발비는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3분기까지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4.1%로 전년 대비 1.0%p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지난 2022년 3.4%에서 지난해 3.1%로 소폭 감소했으나 올해는 연구개발비 비중을 대폭 늘렸다.
배터리 3사 가운데 매년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지출하는 건 삼성SDI다. 올해는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7.7%까지 끌어올리면서 차세대 먹거리 발굴을 위한 신기술 개발에 고삐를 죄는 모양새다.
이같은 연구개발비 증액 배경에는 중국 배터리 산업이 가격 경쟁력과 정부 지원에 힘입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업계의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6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도 지난해 120만3000대로 집계돼 전년 대비 77.2% 증가했고, 올해는 150만대를 넘길 전망이다.
양사는 차세대 기술 선점을 통해 중국과 격차를 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폼팩터와 신(新) 제조 공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벤츠, 리비안과 차세대 원통형 46파이(지름46mm)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폼팩터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비를 최대 30% 낮추는 건식전극 공정 기술 개발도 완료했고, 오는 2028년 상용화에 나선다.
삼성SDI는 내년 초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양산에 나선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를 위해 오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도 준비 중이다.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SDI는 “ESS용 LFP 배터리 대형화 셀 검증을 마치고 9월부터 울산 사업장에 마더 라인 구축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구개발비를 되레 줄인 업체도 있다. SK온은 올해 3분기까지 연구개발비로 2104억원을 썼다. 지난해 동기(2206억원)와 비교해 크게 감소한 건 아니지만,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이 연구개발비 투자를 늘리는 가운데 홀로 투자를 줄인 것이다.
SK온은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개선됐다. 출범 이후 12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 24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혜 규모는 2099억원에서 608억원으로 줄었음에도 수익성이 껑충 뛴 것이다.
SK온은 지난 7월 비용 절감 등 운영 효율화를 골자로 하는 ‘비상경영’을 선언하면서도 연구개발 투자는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분기 흑자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연구개발 투자를 줄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SK온의 배터리 관련 수주 계약 현황을 살펴보면,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과 비교해 포트폴리오가 단촐하다. 주력 제품인 파우치형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포트폴리오의 전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주력인 파우치형에 이어 차세대 46파이 원통형배터리 수주를 따냈고, 르노와 저가형인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성사시켰다. 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데 이어 로봇, ESS 등 비(非) 전기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할 신규 고객사를 확보했다. ESS 분야에선 지난 7월 미국 최대 전력기업인 넥스트에라에너지와 6.3GWh 규모의 공급 계약을 따냈다.
SK온 관계자는 “4분기에 지속적인 원가 구조 개선 활동과 함께 신규 고객 수주 및 신규 폼팩터 확장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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