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외화부채 증가세···환율 오르면 손실
LG엔솔, 원·달러 환율 10% 증가 시 세전이익 2400억원 감소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 사진=LG에너지솔루션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원·달러 환율이 사흘 연속 1400원 위에서 마감하는 등 ‘강달러’가 지속되자 국내 배터리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에 호재로 여겨졌지만, 원자재를 많이 수입해야 하는 배터리업계는 마냥 환호할 수 없는 모양새다. 환율 상승으로 기존에 예상했던 생산설비 투자액이 늘어날 우려도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2시30분 기준 1401.10원을 기록하고 있다. 나흘째 1400원 대서 등락하고 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3.4원 오른 1408.5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가 오후 들어 상승폭을 줄이고 있다.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미국 달러화지수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11월 후 약 1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환율이 상승하면서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업의 수익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배터리업계는 긴장하는 모양새다.

배터리업계는 수출 업종이라 환율이 오르면 매출이 증가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해외 투자 등을 고려하면 달러 초강세가 마냥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단기적으론 원·달러 환율이 145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실시간으로 원가 영향을 산출해 원자재 선매입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향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비싸게 매입한 원자재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싸게 팔아야 할 리스크도 존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를 살 때와 완제품을 팔 때 환율 차이가 크면 이익이 축소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환율이 올랐을 때 발생하는 환차익을 통해 수익성 방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배터리 3사는 해외 설비투자를 늘려온 터라 급증한 외화부채에 따른 이자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외화 부채가 가장 많은 배터리 회사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 3분기 말 달러 표시 외화부채는 6조8283억원으로 지난해 말(4조2179억원) 대비 61%가량 증가했다. 회사는 올해 생산설비 투자 등에 9조2977억원을 쏟아부었다.

달러가 비싸진 영향으로 외화부채 규모가 불어나는 건 수익성 악화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환율이 10% 오르면 세전이익이 257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올해 3분기 사업보고서에선 세전이익 감소분이 지난해 말보다 9배 넘게 증가한 238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4483억원)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SK온은 원화환율이 5% 변동 시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이 176억원 증가할 것으로 봤다. SK온의 올해 3분기 말 달러 표시 외화부채는 3조4379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2조5695억원) 대비 1조원 가량 늘었다. 

삼성SDI는 3분기에 대한 분기보고서에는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 영향을 기재하지 않았다. 지난해 삼성SDI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환율이 5% 상승하면 순이익이 11억원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삼성SDI도 올해 설비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대폭 늘리면서 향후에는 고환율로 인한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 3사는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어떠한 대처를 하고 있을까. 배터리 기업들은 외화부채 증가에 따라 통화선도계약이나 이자율 스와프 같은 파생상품을 이용해 환 위험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북미 투자 금액에 점점 늘어나고 매출 또한 해외 발생 금액이 늘어나기에 외화 자산과 외화부채가 장부에서 표기되는 금액이 커지는 것”이라며 “외화 부채나 자산을 잘 관리하고 있고 환율 변동에 따른 감소폭은 실제로는 보여지는 수치와는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