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RA 보조금 받는 전기차 24종
리비안 빠지며 삼성SDI 고객사 명단에 없어
스텔란티스 JV 가동 시 지급 대상 추가 가능성
AMPC 의존도 낮아 트럼프 행정부 규제 대응 유리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미국 에너지부가 발표한 올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받는 차종 가운데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는 단 1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엔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된 리비안 차량 12종이 보조금 지급 대상이었지만, 올해는 리비안 차량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세운 스타플러스에너지의 1공장 가동에 사활을 걸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공장 조기 가동에 나섰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가 탑재된 신차들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미국 환경보호청에서 운영하는 연비 정보 제공 누리집에 따르면 올해 IRA 보조금(7500달러) 지급 대상 차종은 총 25종이다. 크라이슬러의 ‘퍼시피카 PHEV’를 제외하면 순수 전기차 24종이 보조금 지급 대상이다.
테슬라가 생산하는 전기차를 제외하면 국내 배터리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배터리 공급을 담당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혼다, 스텔란티스, GM에, SK온은 현대차와 포드에 각각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반면 삼성SDI의 고객사인 리비안은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해엔 7개 차종이 IRA 지급 대상에 포함됐지만 올해 제외 됐기 때문이다.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가운데 올해 보조금을 받는 차종은 ‘제로’가 됐다.
리비안은 삼성SDI의 2170(지름 21mm·높이 70mm)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해왔는데, 올해는 출하량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조금의 부재는 리비안의 가격 경쟁력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라며 “리비안이 원통형 전지 주 고객사인 점을 고려하면 (삼성SDI도) 소형전지 출하량 회복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리비안의 차량이 가격 상한선을 충족하지 못한 데다 IRA에서 규정한 배터리와 핵심 광물 등에 대한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리비안은 아직 올해 미국 환경청의 보조금 제외 조치와 관련해 공식적인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 스텔란티스 JV에 기대 거는 삼성SDI
배터리 생산량이 줄어들면 생산량에 따라 지급 받는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AMPC는 북미에서 생산하는 배터리 셀 1킬로와트시(kWh)당 35달러, 모듈은 10달러의 세액공제를 각각 제공한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기)에도 AMPC를 받아 실적을 방어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해에만 약 1조3914억원의 AMPC 혜택을 받았다. SK온은 지난해 1~3분기 동안 2622억원을 수령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12월 조기 가동한 스타플러스에너지 1공장에 희망을 걸고 있다. 스텔란티스의 신차 출시가 가시화하면 올해부터 AMPC 수혜를 볼 가능성이 커서다. 스타플러스에너지는 1공장(33GWh) 4개 라인 중 1개 라인을 가동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는 올해 출시하는 스텔란티스 4개 차종에 탑재될 전망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에는 스텔란티스의 다양한 신차 출시 등 적극적인 전기차 전략을 기반으로 스타플러스에너지 라인을 풀로 가동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이에 따른 의미 있는 AMPC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 트럼프 AMPC 폐지한다는데···경쟁사 대비 리스크↓
오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AMPC를 축소 혹은 폐지하게 된다면 오히려 삼성SDI에겐 기회로 다가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10일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실행을 위해 재원을 마련코자 IRA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IRA가 폐지될 경우 AMPC 의존도가 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에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최 연구원은 “AMPC를 포함한 IRA 보조금 폐지 가능성은 불확실하지만, 예산 감축을 위한 보조금 축소는 예상 가능한 범위”라며 “경쟁사 대비 AMPC 의존도가 낮은 점은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했다.
삼성SDI의 AMPC 의존도는 경쟁사와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1~3분기 AMPC 수령액은 676억원으로,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의 6%, SK온의 25%에 불과했다. 삼성SDI는 그간 낮은 AMPC 의존도에도 불구하고 경쟁사에 비해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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