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 열려
“IRA 폐지는 어렵지만 얼마든지 세부규정 수정 가능”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항목(45X) 개편, K배터리에 유리”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율촌에서 열린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에서 구자민 커빙턴앤드벌링 로펌 변호사가 강연하고 있다. / 사진=정용석 기자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율촌에서 열린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에서 구자민 커빙턴앤드벌링 로펌 변호사가 강연하고 있다. / 사진=정용석 기자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축소·폐지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IRA 전면 폐지 가능성은 작다고 보지만, 규정 및 기타 지침의 개정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변화 가능성이 큰 전기차 소비자 보조금(30D),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45X) 등 세부규정 수립에 있어선 미 정부와 협상 여지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외 기조가 ‘아메키라 퍼스트’와 ‘중국 견제’로 대표되는 만큼 중국에 불리하게 세부규정이 개편되면 국내 배터리 업계에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 “IRA 폐지 보단 변화 가능성···美 정부와 접촉 늘려야”

“한국 정부와 각 기업들이 지역구 의원들을 설득해서 IRA를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는 방안을 물색해야 한다.”

구자민 미국 커빙턴앤드벌링(Covington&Burling) 로펌 변호사는 17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율촌에서 열린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구 변호사는 “IRA 법안 자체를 폐지하기 위해선 상하원 의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해 가능성이 크다 않다”면서도 “IRA 법안 내 세부규정은 이론적으로 취소 및 수정될 수 있다”고 했다.

구 변호사는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18명이 지난해 8월 마이크 존스 하원의장에게 IRA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한 점을 근거로 IRA 전면 폐지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다만 30D, 45X 등 세부규정은 변화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IRA 법안의 경우 의회만이 법안 폐지·수정이 가능하지만, 세부규정은 행정명령, 의회검토법(CRA) 등을 통해 삭제,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구 변호사가 주목한 지점은 의회검토법이다. 미 재무부가 IRA 세부규정 수정에 나서더라도 상·하원 의원들은 합동 결의안을 통해 이를 폐기할 수 있다. IRA 법안 발효에 따라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상위 지역구 10곳 중 8곳이 공화당 소속 지역구인 만큼 협상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 사진=연합뉴스

◇ “AMPC, 中 배제하는 방향으로 개정 가능성 커”

구 변호사는 개정이 가장 유력한 IRA 세부규정으로 30D를 꼽았다. 30D는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지급하는 조항이다. 구 변호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세법과 관련해 가장 관심이 있는 분야는 2017년 제정된 세금 감면 및 일자리 창출법(TCJA)이다”며 “아울러 팁 소득에 대한 과세를 폐지하고 법인세율을 추가 인하해야 하는데 이러한 지출을 만회하려면 IRA 일부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30D 규정에 속한 외국우려법인(FEOC) 기준도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구 변호사의 설명이다. FEOC 규정은 미 행정부 규정에 따라 정의되고 있고, 언제든지 변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 에너지부(DOE)는 “FEOC에 대한 정의는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지 않은 해석적 규정”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FEOC는 중국, 북한 등 우려국가 내 설립된 법인이거나, 이들 국가가 25% 이상의 지분을 소유해 통제하는 기업을 말한다. 

구 변호사는 “향후 미 행정부가 기업의 공급망 내 FEOC가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면서 “상장회사의 경우 소액주주 개개인을 조사해 증명할 수 없게 돼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FEOC 규정은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국내 배터리 기업에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미 의회엔 AMPC 관련 규정인 45X를 개정하기 위해 3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3개 법안 모두 FEOC는 미국 역내에서 배터리 부품을 생산하더라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30D 조항에만 적용됐던 FEOC 규정이 AMPC 수령 조건에도 적용되게 된다. 구 변호사는 “30D와 달리 45X 규정은 유지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많다”면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국 기업을 공급망에서 배제할 수 있어 한국 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주의해야 할 지점도 있다. 45X 규정에 FEOC 규정이 적용되면 중국에 공급망이 있는 국내 기업들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구 변호사는 “중국 기업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한 기업들은 지분율 변경 조항 등을 포함한 계약을 통해 법 개정에 따른 리스크를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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