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장기화···배터리 3사 성과급 지급 가능성 축소
'슈퍼사이클' 맞은 조선업계, 버는 만큼 더 준다
9년 임금동결 겪었던 HMM, 기본급 600% 성과급 지급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불황 속 주요 대기업 임직원들의 ‘성과급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기차 ‘캐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까지 성과급을 지급했던 배터리 업계는 성과급 지급을 주저하고 있는 반면 과거 불황기 때 임금동결 및 성과급 미지급으로 불만이 컸던 조선업과 해운업계는 통 큰 성과급 지급을 계획하고 있다. 

7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부문 초과이익성과급(OPI) 예상 지급률을 0%로 책정했다. OPI는 소속 사업부가 연초에 설정한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때 지급되는 성과급이다. 초과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하는 식이다.

회사의 성과급 규모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역대 최대 실적을 썼던 2023년 초에는 연봉의 30~4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지만 지난해엔 OPI가 16~30%로 줄었다. 실적이 악화하면서 성과급 지급도 어려워지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는 삼성SDI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보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터리업계 불황으로 배터리 3사 직원 모두 연초 ‘빈 봉투’를 마주할 가능성이 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 세액공제(AMPC)를 경영 목표에 반영하지 않는다. 따라서 성과측정 지표에서도 제외하는데, 회사는 올해 1~3분기 모두 영업이익에서 AMPC를 제외하면 적자를 봤다. 

지난해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AMPC를 경영 목표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성과급 지급액을 대폭 삭감했다. 2023년 초 성과급은 평균 870%(기본급 대비)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엔 362%로 크게 줄었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AMPC 세제 혜택은 지급 규모와 방식 등 정책 불확실성이 커서 경영 목표에 포함할 수 없었다”고 했다.

SK온은 지난해 성과급이 아닌 격려금을 지급한 바 있다. 회사는 지난해 3분기엔 독립법인 출범 이후 첫 흑자를 기록했지만, 연간 기준으론 적자가 예상돼 격려금 지급 여부와 규모 등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삼성SDI의 OPI가 0%로 책정됐다는 소문에 직장 내 분위기도 뒤숭숭하다”면서 “업계 전체가 불황을 겪고 있어 직원들의 성과급 기대감도 다소 낮아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 사진=HD현대

이들과는 다르게 막대한 성과급을 두둑하게 챙기며 행복한 연초를 맞이하는 업계도 있다. 조선업계는 초호황기를 겪으면서 지난해부터 성과급을 받아들게 됐다. 지난해 HD현대중공업은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251%를, HD현대삼호는 기본급의 399%를 지급했다. 

올해 HD현대중공업은 기본급의 377%, HD현대삼호는 책임급 이상의 경우 기본급의 74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올해는 지난해 실적이 전년보다 대폭 개선되면서 성과급 규모도 덩달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회복세가 가장 더뎠던 한화오션까지 올해 흑자가 예상되면서 조선 3사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동반 흑자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3개 사의 지난해 1~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2013년을 마지막으로 목표달성지원금(TAI)을 지급하지 않았던 삼성중공업은 2023년 상반기부터 TAI를 주기 시작했다. 한화오션 노사는 2023년에 일정 매출 달성 시 지난해 2월 기준 임금의 300%에 해당하는 주식을 받기로 했다. 올해 흑자전환이 유력한 만큼 성과급 지급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해운업계는 글로벌 해운 시황에 따라 성과급 수준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2020년부터 코로나19 특수를 맞은 해운업계는 매년 성과급 파티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쓴 HMM은 기본급 6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HMM은 기본급 비중이 높아 성과급이 연봉의 50% 안팎으로 추산된다. 신입사원의 경우 성과급 규모만 200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진다.

HMM의 지난해 실적은 전년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올해도 통 큰 성과급을 지급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해운업계 침체기였던 2011~2019년, 회사는 9년 연속 임금을 동결한 바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성과급 규모를 ‘연봉의 37%+1300만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성과급 지급안인 ‘연봉의 35%+500만원’보다 대폭 상향된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3분기 매출 7조4687억원, 영업이익 469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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