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뒤 소비자 탓 돌리는 '나쁜 버릇' 고쳐야

연초부터 수입차업계가 웃었다. 지난해 12월 수입차 등록대수는 역대 월 최다기록인 24366대로 집계됐다. 2015년 연간 판매대수도 24%가 늘면서 역대 최대인 243900대로 마감됐다

 

많이 팔았지만 웃을 처지가 못 된다. 잘 굴러가던 차는 화마에 휩싸였고, 2억원이 넘는 세단은 시동이 꺼져 도로 복판에 멈춰 섰다. 그래놓고 교환은 없다고 못 박은 탓에, 애꿎은 차만 소비자가 휘두른 골프채에 박살이 났다. 클린 디젤을 자랑하던 독일차는 거짓말쟁이라는 오명을 썼다.

 

사정이 이런데 수입차 콧대는 하늘을 찌른다. 지난 11월 신차발표회장에서 만난 해외완성차 관계자는 수입차 불만이 늘고 있다는 지적에 죄송한 일이다. 우리도 정비업소를 늘리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수입차 사고에 국내 소비자들이 유독 예민한 듯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죄송하다 말했지만 방점은 소비자 탓에 찍혔다. 비단 일개 직원 의견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자동차전문 리서치회사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2015년 자동차 연례 기획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입차에 대한 가장 큰 불만족 사항으로 응답자 10%A/S(에프터 서비스)를 꼽았다. 20134%였던 것과 비교해 2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차가 멈춰서거나 불에 타는 일이 소비자가 예민해서는 아닐 것이다. 책임은 불량차를 만들어낸 자동차사에 있다. 특히나 주행 중 사고는 운전자 생명과 직결된다. 심지어 같은 문제로 연쇄 사고가 터졌다면, 가장 먼저 나올 말은 죄송하다. “그런데 소비자 탓도 있을 수 있다는 사과 아닌 사족이다.

 

올해만큼은 수입차가 달라지길 바란다. 10년 전 연간 판매량 6000대 선에 머물던 수입차 시장 규모는 올해 255000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늘어나는 판매량만큼 책임감도 커지길 바란다. 사고 뒤 위법성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책임을 통감한다거나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일선 소비자들이, 사고 피해자들이 달라진 모습을 체감할 수 있어야 옳다. 피해자 맘을 헤아리지 못한 채, 입으로만 하는 사과가 최종적이며 불가역일 수 없다. 진정성 묻어나는 수입차업계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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