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변수론 가계 기업 부채 ‘시한폭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이 금리인상의 서막을 알리면서 굳게 닫혀있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2016년 强달러로 인한 자국 통화 약세, 低유가, 경기 둔화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 주요국 금리정책 ‘온도차’ 뚜렷…디커플링(Decoupling. 비동조화) 진행

2016년 첫 번째 화두는 ‘금리정책’이다. 미국이 기준 금리를 25%p 인상하며 7년 만에 금리 정상화로 가는 첫 발을 내디뎠고, 이후 금리인상은 완만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경기 성장세 차이로 인해 미온적인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은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3일 예금금리를 -0.20%에서 -0.30%로 0.1%p 내리고 국채 매입 프로그램 시행도 2017년 3월까지 연장했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0.1%로 목표치인 2%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우려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은행(BOJ)은 시중 통화량을 늘리는 완화정책을 유지할 전망이다. 국채 매입기간을 장기화하는 한편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범위를 연간 3000억엔(약 2조900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인민은행에서도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부양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 지난 해부터 6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와 4차례에 걸친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하기도 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행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현행 기준금리인 1.50%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국내외 경기여건을 주시하면서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연준의 금리인상이 곧바로 한은의 금리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변수는 남아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글로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예단하기 이르다. 달러 강세로 인한 ‘머니무브(Money Move. 자금이동)’가 촉발되며 각국에서 앞다퉈 금리인상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달러 강세…신흥국 통화∙원자재 하락

선진국간 통화정책 차별화로 인한 달러 강세가 신흥국 통화의 약세 압력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 하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이 본격적인 긴축 사이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성이 흡수되면서 시장의 혼란도 가중될 수 있다.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수요가 늘어나며 달러 랠리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와 폭은 제한된다 하더라도 달러 강세 우려와 신흥국의 성장 둔화가 원자재 가격 하락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 부진은 신흥국 증시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원유 시추가 줄고 있지만 여전히 초과공급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산유국들의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의 적극적인 감산 가능성이 낮아 유가 하락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가계∙기업 부채…’시한폭탄’ 될까?

가계 및 기업 부채가 국내 경기에 충격을 가져올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가계부채 규모가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난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 등 대내외 악재와 맞물려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지난 6월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금융, 복지조사를 토대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금리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으로 가계 부실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리가 2%p 오르고 주택가격이 10% 떨어지는 복합 충격을 가정해 가계 부실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위험가구가 보유한 부채 비율이 19.3%에서 32.3%로 증가했다.

저금리로 연명해 나가는 한계기업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경우 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특히 조선, 해운, 건설, 철강 업종 등을 중심으로 기업부실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높다.

◇ 기업 구조조정 지속∙’알짜배기’ 사업 집중

위기에 봉착한 기업들도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사업 축소, 비용 절감 등의 구조조정이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구조조정이 필수불가결한 과정이지만 과도한 긴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채권은행은 지난 6월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에서 구조조정 대상 35곳을 선정했고 추가 대상 기업들을 물색하고 있는 중이다. 산업 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 협의체 신설을 통해 경기민감 업종에서 선제적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에서는 구조조정을 지속하는 한편 ‘알짜배기’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다.

삼성은 일부 계열사의 사옥 매각, 인력 재배치, 희망퇴직 권고 등을 통한 실용주의 노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이 턱 밑까지 쫓아온 스마트폰 사업의 둔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성장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전장사업팀 신설을 통해 스마트카 시장에 뛰어들며 전자장비 사업에 집중할 뜻을 비쳤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내년 국내외 경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판단하며 규모 확대 보다는 내실을 다지고 있는 모습이다. 자율주행차 시장의 성장성에 따라 반도체 칩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전자와 SK에서도 에너지, 자동차부품 등 핵심 성장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하장청 기자 jcha@sis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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