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재판서 '신격호 건강문제' 언급도 소송 조기매듭 의도로 해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적극적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경영권 사수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 회장은 9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롯데그룹이 총수일가 분쟁에서 자유로운 지배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이 2009년 롯데에 합류한 이후 지배구조·준법경영 개선과 소유·경영 분리 작업을 진행해 왔다"며 쓰쿠다 사장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신 회장은 또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의 경영 복귀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직원들과 경영진이 어떻게 느낄지에 달려있다"면서도 "신 전 부회장이 원한다고 해도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은 직원들과 경영진의 지지가 없는 사람은 회사를 이끌 수 없다는 기본 철학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은 또 "시장에서 냉정한 평가에 노출되는 것이 회사의 체질 강화와 지배 구조 확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제과업체 '롯데'의 증시상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 핵심 자회사다. 호텔롯데를 한국 증시에 상장 시킨 후 롯데의 증시 상장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을 내년 2월까지 마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당초 상장 걸림돌이었던 보호예수 조항이 완화돼 상장에는 큰 걸림돌이 없는 상황이다.

그는 앞선 4일 사장단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기업의 투명성 강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이어 "호텔롯데와 롯데정보통신을 내년에 우선 상장하고 점차 기업공개 비율을 늘릴 것"이라며 "비상장사에도 사외이사를 두는 등 이사회의 투명성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9일 일본 제과업체인 롯데가 이번 달 말까지 롯데제과 지분 7.9%를 공개매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개매수가 완료되면 앞서 확보한 2.1% 지분을 더해 일본 롯데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10%로 늘어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사업협력 강화차원"이라고 밝혔지만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 차원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의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분매수가 완료되면 계열사 지분을 포함해 신 회장 우호지분은 40%를 넘게 된다.

아울러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에서 진행 중인 신 전 부회장 등과의 소송전도 조기에 끝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양국 재판에서 연이어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 이상 문제를 꺼내든 것이다. 일본 도쿄 지방재판소 담당 재판부는 이를 입증할 증거 자료 제출을 명령한 상태다.

롯데그룹 안팎에선 신 총괄회장이 오래전부터 알츠하이머(치매)를 앓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재계에선 롯데그룹 내에서 금기시되던 신 총괄회장 건강문제가 재판 과정에서 연이어 거론된 데에는 신 회장의 분명한 의사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에선 경영권 소송전이 계속될 경우 최소 5~6년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법조인은 "민사재판도 문제지만 신 회장에 대한 형사 고소가 계속되면 결국 진흙탕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 입장에서 아버지 판단력 문제를 언급했다면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것 아니겠나"고 추측하며 "판단력 이상으로 결론나면 소송은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신 회장으로서는 신 총괄회장이 전면에 나서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 경영권 싸움이 기약 없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자세한 내역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혜원 SDJ코퍼레이션 상무는 "롯데 측 주장은 일관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정 상무는 "롯데 측은 최근 신 총괄회장이 계열사 보고를 못 받는 게 문제라고 했다. 신 총괄회장이 충분한 경영 참여 역할을 하시니까 그런 주장을 했던 게 아니겠나"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롯데 측이 제출할 증거자료는 녹취록일 것"이라며 "재반박할 자료는 충분히 갖고 있다. 신 총괄회장 의지대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내용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광범 기자 totoro@sis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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