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책 자금 및 파트너링 에쿼티 투자 등 통해 비용 충당 계획
11억달러 은행 대출도 마무리 단계
포드·현대차 북미 합작법인(JV) 구축에 투여 예정

SK온 미국 조지아주  1공장 모습. / 사진=SK
SK온 미국 조지아주 1공장 모습. / 사진=SK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배터리 업체 SK온이 올해만 7조5000억원 수준의 설비투자(CAPEX)를 단행할 예정이다. 올해 역시 흑자 전환 가능성이 크지 않은 데다 대규모 대출에 따른 이자 비용이 늘고 있어 추가 자금 마련이 절실하다.

SK온 측은 “미국 에너지부(DOE) 정책 자금 및 신디케이트 론 등을 통해 올해 투자 계획에 필요한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올해 설비투자비로 7조5000억원을 책정했다. 지난해 6조7869억원을 집행한 데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설비 증설을 이어간다. 올해 집행될 설비투자비 대부분은 포드, 현대자동차와의 북미 합작법인(JV) 구축에 사용될 계획이다. 

SK온은 막대한 설비투자비 집행을 위해 전방위 자금 조달에 나섰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3조4553억원에 불과해 외부 차입이 불가피하다.

그간 회사는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와 상장 전 지분투자 방식 등 자본조달로 부채 안정화를 꾀했으나, 지난해부터는 회사채 시장에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단기차입금을 비롯해 장기차입금 규모가 커지면서 지난해 말 SK온의 부채비율은 190%까지 치솟았다.

올해는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11억달러(약 1조4800억원) 자금 조달 계획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SK온은 지난해 신한은행을 통해 4억달러(약 5400억원)를 대출받아 미국 법인으로 송금했다. 현재는 스탠다드차타드(SC) 주관사로 신디케이트 론(여러 금융사가 구성하는 집단대출)을 통해 7억달러(약 9400억원)를 추가 조달하는 중이다. 해당 대출 건은 조만간 계약이 최종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SK온은 은행 차입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외부 자금 조달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영업적자가 이어지면서 현금 곳간이 쪼그라들고 있어서다. SK온의 영업손실 규모는 2021년 3137억원에서 2022년 1조727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5818억원 손실을 봤다. 흑자 전환 시기가 미뤄지면서 SK온의 지난해 말 결손금 규모만 2조원이 넘었다.

SK온 관계자는 “올해 7조5000억원 설비투자와 관련해 자금 조달 방안 등 모든 계획이 수립된 상태”라며 “공장 건설 비용의 80%까지 지원하는 미국 에너지부 정책자금 융자를 비롯해 파트너링 에쿼티 투자를 통해 투자 비용을 충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SK온은 긴축경영을 통해 나가는 돈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회사는 지난해 인건비를 축소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SK온의 지난해 1인 평균 급여액은 9000만원으로 전년(1억600만원) 대비 15%가량 줄었다. 올 1분기 임원 65명 가운데 20%가 퇴임하는 등 구조조정에 가까운 조직 간소화에도 나섰다.

SK온은 외부 자금 조달, 긴축경영 등 투자금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수익성 개선이 급선무라고 평가된다. 현금창출력이 없는 상태서 투자금을 지속 확보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자금 마련 ‘뒷배’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돼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이달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투기 등급으로 분류되는 BB+(안정적)로 떨어뜨렸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문제는 올해도 SK온이 흑자 전환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는 점이다. 전기차 시장 수요 위축에 따라 배터리 산업 역시 수익성이 저하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화투자증권은 SK온이 올해 1, 2분기에도 각각 1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기준으론 337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진투자증권은  SK온이 올해 5180억원의 적자를 볼 것이란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SK온은 흑자 전환 예상 시점을 지난해 4분기에서 올해 하반기로 미룬 상태다.

대규모 투자금 조달 방안인 기업공개(IPO) 시기는 다소 늦춰질 것이란 시장의 우려가 나온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 28일 열린 SK이노베이션 정기 주주총회에서 “늦어도 2028년 이전에는 상장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당시 2026년 말을 IPO 목표 시점으로 삼았지만 2년가량 늦춰진 셈이다.

한편, SK온은 회사 측이 정부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는 내용의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선 “사실 무근”이라고 했다.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금융사가 대주단을 구성해 새 공장을 짓는 특수목적법인(SPC)에 대출을 진행할 것이란 게 보도 내용의 골자다.

SK온 관계자는 “자금 조달팀 내부에서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긴 했으나, 금융 당국과 회사는 해당 내용에 대해서 어떠한 미팅도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