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업황 악화에 단기차입금 136.2%↑
경제계, 정부에 투자세액공제 기간 연장 요청
“美 금리 인하기까지 무기한으로 세액공제 허용해야”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재계가 단기차입금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증가에 재무 부담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인하를 기대하며 만기 일시를 연장하거나 회사채 등 빚으로 빚을 갚으며 버텨왔지만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국내 주요 기업의 단기차입금 현황을 보면 실적 및 소속 산업군의 업황에 따라 증감 형태가 뚜렷하게 엇갈렸다. 

삼성전자의 별도 기준 2022년 말 단기차입금은 2조3815억원이다. 지난해 말에는 5조6252억원으로 1년새 136.2% 증가했다. 반도체 업황 악화에 현금성 자산이 201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차입금을 급격히 늘린 탓이다.

단기차입금은 일반적으로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부채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올해 갚아야 하는 빚만 5조원이 넘는 셈이다. 삼성전기 역시 같은 기간 810억원에서 1조678억원으로 31.8% 많아졌다.

SK하이닉스 역시 단기차입금이 증가했다. 삼성전자 만큼은 아니지만 2022년 3조8332억원에서 지난해 4조1456억원으로 8.1% 늘어났다.

LG화학도 단기차입금이 급증한 기업 중 하나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해당 사업부문에서 지난해 143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1조4023억원(2022년)에서 1조8753억원(2023년)으로 33.7% 늘어났다.

시황 악화에도 자회사 등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 단기차입금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LG화학의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도 같은 기간 26.7% 단기차입금이 많아졌다.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 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 사진=현대차

반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차량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단기차입금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현대차의 2022년말 연결 기준 단기차입금은 11조3664억원인데, 지난해 말에는 9조355억원으로 20.5% 줄었다. 기아의 경우 92.2%나 감소했다. 호실적에 힘입어 부채를 빠르게 감소시켜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 결과다.

단,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기업은 계속되는 경기부진과 이자부담 증가에 정부에 세금제도 지원 연장 등을 건의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 촉진을 위해 임시 투자 세액공제란 제도를 실시 중이다.

코로나19로 나타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2020년부터 투자 대상의 종류와 관계없이 지원하는 범용적 지원 제도다. 중견·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세제 혜택을 받는다. 당초 2023년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연장됐는데, 재계는 이를 추가로 늘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에 관한 세액공제가 올해말 종료될 예정인데, 미국 금리인하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무기한 연장해야 한다”며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정부에 세제 혜택 기간을 늘려달라고 적극적으로 건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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