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IPO 위한 엔무브 합병안···"배당 여력 감소로 SK이노 기업 가치 상승 제한적"
'SK온 의존도 80%' SKIET 지분 매각안···"기업 가치 인정받으려면 SK온 실적 개선부터"

SK이노베이션 울산 생산 현장. / 사진=SK
SK이노베이션 울산 생산 현장. / 사진=SK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에 수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SK온은 사업 부진이 지속되며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SK온 투자금 마련을 위해 SK엔무브·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계열사의 합병·지분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알짜 기업의 경쟁력까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이달 말 이사회를 열고 올해 사업 조정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한다. 각 계열사 CEO들과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서 SK온, SK엔무브, SKIET, SK지오센트릭 등 자회사들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논의 내용은 지난달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열린 마라톤 회의의 연장 선상 성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창원 의장이 개최한 긴급회의에서 SK이노베이션 계열사 개편안을 보고받았다.

회의에선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와 SK온의 합병 상장안,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인 SKIET 지분 매각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회사 SK온에 대한 막대한 투자금 집행에도 배터리 사업의 적자 경영이 이어지자 알짜 회사인 SK엔무브와 SKIET의 사업 조정을 통해 투자금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의 대표 윤활유 브랜드 '지크'. / 사진=SK
SK이노베이션의 대표 윤활유 브랜드 '지크'. / 사진=SK

이에 시장에선 “SK온이 알짜 회사의 미래가치까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긴급회의에서 거론된 SK온과 SK엔무브를 합병한 뒤 상장하는 방안에 대해선 “SK이노베이션 경쟁력 악화가 우려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두 회사 합병과 관련해 “SK온은 모회사·계열사 등의 적극 지원에 생존은 하겠으나, SK이노베이션 자체의 기업가치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다”고 평가했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에 높은 이익 기여도를 보이는 SK엔무브가 SK온에 합병되면 회사 수익을 SK온에 뺏기는 효과만 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K엔무브는 지난해 연결 당기순이익의 83.4%인 6170억원을 배당금으로 집행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어 약 3700억원을 수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양사가 합병하게 되면 영업적자를 보는 SK온 탓에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배당 여력도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SKIET는 SK온의 부진 여파를 그대로 맞게 된 자회사다. 매출 80%를 SK온이 책임지고 있는데, SK온의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는 고객사 다변화를 추진 중이지만 여전히 계열사 의존도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침체기를 맞은 전기차 시장서 SKIET 등 배터리 소재 사업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매각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사가 SK온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어 SK온의 실적 반등이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SK온의 실적 전망이 밝지 못한 점은 여전히 SK이노베이션에게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SK온 살리기’에 나선 SK이노베이션의 고육지책에도 불구하고 SK온은 올해 상반기 역시 흑자전환에 실패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체 현금창출력이 없어 그룹사 및 외부차입 의존도 역시 심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의 재무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SK이노베이션의 S&P 신용등급은 지난달 기존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한 단계 떨어졌다. SK이노베이션의 투자등급이 하향조정 된 건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분쟁으로 그룹이 휘청였던 지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SK이노베이션의 총부채는 2021년 29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50조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SK온 지원에 자금을 쏟아부은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9조원의 신규 투자액 가운데 7조5000억원을 SK온 설비투자에 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SK온 측은 SK엔무브·SKIET 등 자회사 합병·매각안과 관련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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