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실적에 휘둘리는 양사 실적··· '고객사 다변화' 핵심 과제로

SK온 미국 조지아주  1공장 모습. / 사진=SK
SK온 미국 조지아주 1공장 모습. / 사진=SK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SK온이 올 2분기에도 수천억원대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출의 상당 부분을 SK온에 의지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와 SK넥실리스 역시 적자 경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내달 1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자회사 SK온 실적도 이날 공개된다. SK온은 지난 1분기까기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에만 748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 1분기도 30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최근 배터리업계 ‘맞형’ LG에너지솔루션이 공개한 올해 2분기 성적표도 ‘낙제점’을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95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난 수치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을 제외하면 사실상 2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수익성 악화는 LG에너지솔루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전반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 흐름 속에서 리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면서 주요 배터리 업체에 대한 판가 하락 영향이 확대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SK온은 올 2분기까지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영업손실 규모는 수천억원대가 될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 관측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SK그룹 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분리막을 만드는 SKIET는 올해 2분기 매출 707억원, 영업손실 42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분기보다 매출과 수익성은 소폭 개선되지만, 여전히 적자 경영은 탈출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는 SKC 동박 자회사인 SK넥실리스도 실적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동박 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 이후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SK넥실리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9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399억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양사 실적 악화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지만 또 다른 원인으로는 지나치게 높은 SK온 의존도가 꼽힌다.

분리막을 만드는 SKIET의 전체 매출에서 SK온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 이상이다. SK온의 성과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IET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에 출하하는 비중이 높아 부진을 면치 못하는 SK온 매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실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SK넥실리스도 마찬가지다. SK넥실리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이 회사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고객사는 총 4곳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SK온의 매출비중은 23%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그룹과 배터리 소송전에 나선 이후 동박 수급처 다변화에 나서면서 SK넥실리스의 SK온향 매출 비중이 다소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SKIET의 폴란드 분리막공장 전경. /사진=SKIET
SKIET의 폴란드 분리막공장 전경. /사진=SKIET

양사는 SK온 외 고객사 확보를 최우선 과제를 삼고 있다. SK온 실적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다. SKIET는 SK온에 대한 의존도를 50%까지 낮추는 게 목표다. SK넥실리스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5개 이상의 고객사와 15만톤(t) 규모의 중장기 공급 계약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기차 캐즘에 맞서 양사는 본격적인 업황 개선 시기까지 투자 속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각사는 기존 투자 계획 시행을 미루고 사업 우선 순위를 조정하고 있다. 

SKIET는 배터리 부품 현지화 요건이 90%로 상향되는 2028년을 양산 시점으로 맞춰 북미 진출을 계획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 않다. 

최근 SK그룹의 SKIET 지분 매각 방안 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분리막 업황이 악화하자 매수자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SKIET에 대한 지분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 관해서 “장기적인 경쟁력 차원에서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SK넥실릭스의 경우 북미 투자와 친환경 소재 사업 투자 시점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7월 일본 도요타통상과 북미 지역에 합작 공장을 짓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 이에 2025년까지 글로벌 동박 25만t 생산체제 마련 계획도 일부 지연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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