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카세이, 2027년부터 캐나다서 분리막 생산 나서
SKIET, 트럼프 행정부 정책 영향 주시···내년 초 투자 결정 발표
고객사 다변화 전략 효과 내년부터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일본 분리막 업체 아사히카세이가 캐나다에 배터리 분리막 공장 설립을 공식화하면서 북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국내 분리막 1위 업체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미국 대선 영향을 고려한 뒤 내년 상반기쯤 투자 계획을 구체화한다는 ‘신중론’을 펼치며 대비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혼다와 아사히카세이는 캐나다에 분리막 합작사를 설립, 오는 2027년부터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을 양산할 계획이다. 최근 양사는 내년 초 본격적인 합작사 설립에 이어 오는 2027년부터 연간 7억㎡ 규모의 분리막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분리막은 배터리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지 않도록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리튬이온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통로 역할도 한다. 분리막을 얇게 만들수록 양극재를 더 많이 넣을 수 있어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고 가격도 비싸진다.
일본 완성차 업계가 소재업계와 합종연횡을 통해 북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모양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북미 소재 자동차 공장들이 배터리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하려는 움직임의 하나다.
반면 국내 분리막 업체인 SKIET는 북미 진출에 대해선 보다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대신 유럽 거점인 폴란드 공장 증설에만 전념하고 있다. SKIET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폴란드 3·4공장 설비투자비는 약 2000억원 중반 수준이며 2025년은 1000억원 수준”이라며 “이후로는 사실상 진행하는 설비투자가 없다”고 했다.
2025년 이후 증설 계획은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초 SKIET는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 “북미 수요에 따라 코팅 설비 북미 쪽에 짓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따른 시나리오는 구체화하지 않은 바 있다.
그간 트럼프가 IRA에 대해 ‘녹색사기’라고 비난하면서 폐기를 공언한 만큼, 트럼프 재집권으로 배터리 업계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규모 등이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약 AMPC 축소 등 북미 진출에 따른 이점이 줄어든다면, 회사는 유럽과 한국의 생산설비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투자 결정은 내년 초 이뤄질 전망이다. 회사는 IRA 정책이 어느정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폐지가 된다고 해도 보복관세의 영향이 커 중국 제품의 빈자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IET 관계자는 “정책 변화 정도에 따라 유럽과 한국, 북미 등 각 지역별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가장 합리적인 투자계획 설립을 위해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데 대한 업데이트를 계속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 투자를 위한 실적 개선은 숙제로 남았다. SKIET는 올 3분기 매출 508억원, 영업손실 730억원을 기록했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기)에 따른 고객사의 수요 감소로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현금창출력 역시 하락한 것이다.
재무건전성도 악화했다. 올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68.7%로 양호한 편이지만, 차입금 규모는 지난 2021년과 비교해 2배가량 증가했고, 차입금 의존도도 같은 기간 13%P 늘면서 37.10%를 기록했다.
중국발 증설은 여전히 분리막 업황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상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중국 리튬배터리 분리막 연간 출하량은 176억9000만㎡로 전년 대비 32.8% 증가했다. 올해는 연 200억㎡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회사의 약점으로 지적돼왔던 ‘SK온 의존도’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이르면 2025년 1분기부터 국내 신규 고객사향 분리막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지난 7월부터 미국 완성차 업체에 원통형 분리막을 공급하기 시작해 4분기부터는 매출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