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미식 내수 시장 공략···글로벌 수출 계획 아직 없어
점유율 확보 어려워···하림산업 수년째 적자폭 늘어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 중인 하림이 예상보다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하림이 야심차게 내놓은 브랜드 더미식도 지지부진하다. 현재 하림은 내수시장에서만 더미식을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매출원이 부재하고 경쟁사 대비 높은 가격에 점유율 확대에 난항을 겪고 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림 더미식 브랜드가 론칭한지 4년째를 맞았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미식 브랜드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공들인 사업이다. 육계 중심에서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하림이 B2C 신사업 확장에 힘쓰고 있는 것이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 사진=하림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 사진=하림

하림은 브랜드 더미식을 통해 라면, 즉석밥, 만두 등 냉동식품부터 조미식품, 면, 쌀가공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어린이 전용 가정간편식 ‘푸디버디’까지 추가 론칭했다.

그러나 더미식은 낮은 인지도 탓에 예상만큼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미식 장인라면은 출시 직후 약 두 달 간 500만봉이 팔리며 양호한 실적을 냈지만 이후에는 판매량 증가에 속도가 붙지 않았다. 현재 하림은 라면 시장에서 점유율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석밥도 점유율 확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즉석밥 시장은 CJ제일제당의 햇반과 오뚜기의 오뚜기밥이 전체 시장 점유율 80%가량을 차지해 틈새시장을 노리기 어렵다. 더미식 즉석밥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2021년 10월 ‘더미식 장인라면’을 출시하면서 더미식을 연매출 1조5000억원의 메가 브랜드로 키우고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현재 하림산업은 해마다 적자폭을 키우고 있다. 하림산업은 2019년 매출 36억원에서 2022년 461억원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48억원에서 868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하림지주, 하림산업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하림지주, 하림산업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여기에 하림산업은 전북 익산에 위치한 식품 생산시설 ‘하림푸드콤플렉스’ 옆 익산시 식품 산업단지 내에 2만4000㎡(약 7290평) 규모의 온라인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오는 2026년까지 약 4000억원을 투입해 완공할 계획으로, 하림산업 실적에 부담이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에선 하림의 프리미엄 전략이 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림은 ‘좋은 품질’을 강조하며 제품 프리미엄화에 비중을 두고 있다. 최근 유통 기업들이 고물가 기대에 품질 대비 저렴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고가 전략을 유지한다면 점유율 확보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실제 하림 더미식 장인라면은 대형마트에서 라면 한 봉지(4입)가 7800원에 판매 중이다. 농심 신라면 프리미엄 라인업에 속하는 신라면 블랙 제품이 한 봉지(4입)에 6150원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더미식 장인라면 가격이 높게 책정된 셈이다.

특히 하림지주 사업보고서를 보면 더미식은 내수 시장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이 부재한 점이 하림의 한계로 꼽히는 이유다.

더미식 관계자는 “TV 광고를 비롯해 유튜버 협업, 유통 채널 프로모션 등으로 다양하게 더미식을 알리고 있다”면서 “현재 글로벌 수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더미식 제품 재구매율을 높이려면 높은 가격이여도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더미식은 프리미엄 전략으로 고가 이미지가 굳혀진 것 같아 단기간에 점유율 확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하림은 김홍국 회장의 숙원사업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이 서울시 승인을 받아 내년 착공할 전망이다. 하림은 총 6조8000억원을 들여 58층 높이의 물류·업무·숙박·주거·연구개발(R&D) 시설이 어우러진 랜드마크를 지을 방침이다. 하림은 양재 물류단지 조성으로 서울 지역에 가정간편식을 당일 배송할 수 있게 된다.

하림지주는 오는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통신판매 중개업·전자상거래업·소프트웨어 및 시스템 개발과 용역 제공 사업, 프랜차이즈 관련 서비스업 등을 신사업 목적으로 추가할 계획이다.

하림지주 관계자는 “앞으로 식품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두고 사업 목적을 추가한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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