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성공한 박윤기 대표, 12년만 매출 3조원 시대 열어
단일 브랜드로 1등 없어···전체 시장서 점유율 미미 지적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음료업계 첫 매출 ‘3조원’을 달성한 기업이 됐다.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임을 얻어 연임할 수 있었던 이유다. 롯데칠성음료는 표면적으로 음료는 필리핀펩시 경영권 획득, 주류는 새로를 내세워 순항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주류 부문에서 독보적인 ‘1등 브랜드’가 없다는 점은 롯데칠성음료 성장의 한계로 지목된다.
5일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매출 3조2247억원을 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5%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5% 소폭 하락한 2107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칠성음료는 2011년 매출 2조원 달성 이후 12년 만에 3조 클럽에 입성한 것이다.
박윤기 대표는 2020년 말 롯데칠성음료의 수장이 된 이후 흑자를 유지, 실적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주류 부문의 흑자를 일군 인물이다. 박 대표는 회사의 핵심 축인 음료와 주류 부문에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음료 부분에선 제로칼로리 열풍에 힘입어 펩시콜라·칠성사이다 제로로 인기몰이했고, 이후 탐스 제로·핫식스 제로·밀키스 제로 등 제로 음료를 내놓으며 지난해 3분기 기준 음료 시장점유율 50.1%를 달성했다. 여기에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9월 필리핀팹시 경영권을 취득하며 음료 실적에 큰 보탬을 주고 있다.
주류도 제로 소주 ‘새로’로 매 분기 성장을 이끌었다. 시장점유율도 첫 출시 당시 3.3%에 불과했던 새로 점유율은 지난해 125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는 16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시장 점유율도 새로 효과로 2019년 11%에서 지난해 18%까지 올랐다.
문제는 롯데칠성음료에게 ‘1등 브랜드’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음료와 주류 부문 모두 신제품 포트폴리오 강화로 소비자들에게 자사 브랜드를 각인시키는데는 효과를 봤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은 뼈아프다.
국내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참이슬·진로이즈백)과 롯데칠성음료(처음처럼·새로)로 양강구도를 그리고 있고, 하이트진로가 전체 시장 점유율 59.75%를 차지한다.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지난해 단일 브랜드로는 참이슬이 매출 11000억2200만원(점유율 46.78%)으로 1위였으나, 처음처럼은 3999억7200만원(점유율 17.01%)으로 참이슬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새로는 소주 매출 톱10에도 자리하지 못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여울’을 내놓으며 증류식 소주 시장에 재도전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을지 미지수다. 여울은 알코올 도수 25도로, 국내산 쌀을 원재료로 사용한 증류식 소주다. 과거 롯데칠성음료는 ‘대장부’로 대장부25, 대장부21, 대장부23 등을 선보였으나 경쟁사인 일품진로, 화요 등보다 존재감이 미미해 결국 제품 철수길에 올랐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올해는 증류식 소주 여울과 가정 시장을 타깃으로 선보인 맥주 크러시 캔 제품의 판매채널 확대, 영업, 마케팅 강화에 힘쓸 계획”이라며 “1분기 중에 처음처럼 리뉴얼을 진행하고 하반기엔 프리미엄 청주 브랜드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맥주 역시 롯데칠성음료에게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롯데칠성음료 클라우드는 경쟁사인 오비맥주 카스, 하이트진로 테라에게 밀렸다. 지난해 3년 만에 신제품 ‘크러시(KRUSH)’을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크러시는 출시 당일 5억원의 매출을 냈지만 전체 매출 시장에서 아직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해 오비맥주·하이트진로 벽을 뚫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현재 맥주 시장의 75% 이상은 오비맥주(46.75%)와 하이트진로(28.47%)가 차지하고 있다. 단일 브랜드로도 카스(38.61%)가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테라, 필라이트, 아사히, 켈리, 클라우드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아울러 롯데칠성음료가 코로나 기간 얼어붙은 맥주 소비를 활성화시키고자 시작했던 맥주 OEM(주문자상표부착)도 지난해 4분기 매출 10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 동기 OEM 매출(60억원)과 비교하면 83.3%나 감소된 셈이다. 지난해 전체 OEM 매출도 57억원으로 전년 동기(221억원) 대비 74.2%나 축소됐다.
이뿐 아니라 롯데칠성음료는 중장기 프로젝트로 위스키 시장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신 회장이 지난 2021년부터 의지를 드러낸 사업이다. 지난해 롯데칠성음료는 IR 자료를 통해 “제주 위스키증류소를 2023년 3분기 인허가 받고, 4분기에 건축 착공하겠다”는 점을 명시하면서 오는 2025년 1분기 증류소 완공, 같은해 3분기부터 생산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롯데칠성음료는 아직까지도 위스키 증류소 생산부지를 검토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OEM 매출 감소의 경우 전체 수제맥주 시장이 크게 축소하면서 매출이 같이 줄어든 것”이라며 “위스키 증류소는 현재 부지 검토 단계고, 상황에 따라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겠지만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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