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LNG 벙커링 사업 진출···선박 임대업도
한화오션, 해양 에너지 개발 사업 확대
한화해운·한화드릴십과 시너지 기대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주력 사업인 선박건조 부문에서 4년 치 일감을 쌓은 국내 조선업계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환경 규제에 맞춰 기존 사업과 연계 가능한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 21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개정을 통해 ‘선박연료공급업, 선박용 천연가스사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구체적으로 LNG 벙커링(연료 공급) 사업에 진출하기 위함이다. 해당 사업 추진을 공식화한 건 국내 조선사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최초다.

선박 연료로 LNG를 공급하는 사업인 LNG 벙커링 사업이 최근 글로벌 환경 규제와 맞물려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국내 LNG 벙커링 수요는 오는 2025년까지 770만톤(t)으로 늘어나고 시장 규모도 2643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지난 2019년(10만t)과 비교하면 수요가 70배 이상 증가하는 것이다. 

친환경 연료인 LNG 수요가 급증하면서 LNG 추진선에 연료를 공급하는 벙커링선을 찾는 이도 덩달아 늘 것이란 분석이다. 기존 항만시설을 개조할 필요가 없어 비용 면에서도 경제적이다. 

삼성중공업은 조만간 LNG 벙커링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LNG 벙커링을 위한 다목적 바지선 건조를 마쳤다. 선박명은 ‘그린누리호’다. 6000㎥  용량의 LNG 탱크 1기와 350㎥ 용량의 액화 질소 탱크 2기가 탑재됐다. 최근 LNG 벙커링 관련 사업 권한도 획득했다. 삼성중공업은 벙커링 사업을 통해 해상에서 LNG 운반선의 화물탱크, LNG 추진선의 연료탱크에 연료를 직접 주입할 계획이다.

회사는 LNG 벙커링 사업을 통해 건조와 시운전 사이 병목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LNG 추진선을 건조한 조선사는 건조 작업 마무리 단계인 시운전 시 필요한 연료를 인접한 대형 항만에서 공급받았다. 선박을 건조시설에서 터미널로 이동시키는 데만 수일이 걸리는 데다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벙커링을 내재화하면 결국 선박 건조 기간 단축 등 원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지금은 회사가 수주한 선박에 대한 벙커링만 진행하고 있지만, 향후 LNG 벙커링 사업의 고객사가 확보된다면 수익성 증대 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삼성중공업은 선박 임대업도 신사업으로 추진한다. 이번 주총에서 정관 개정을 통해 기존 선박건조, 수리, 개조 및 판매업에 임대를 추가했다. 자체 제작한 선박을 선주에 임대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임대 사업은 선박 인도 시 큰 수익이 발생하는 선박건조 부문보다 안정적인 게 장점”이라며 “임대 기간에 임대료를 미리 정해놓기 때문에 보유하고 있는 선박에서 지속적인 수입이 발생한다”고 했다.

한화오션이 지난 2021년 에네티로부터 수주한 구스토MSC 디자인 WTIV(해상풍력 발전기 설치선).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이 지난 2021년 에네티로부터 수주한 구스토MSC 디자인 WTIV(해상풍력 발전기 설치선).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은 해상풍력 등 에너지 사업에 보다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지난 21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발전기 및 터빈‧발전소 소유‧운영, 전기설계‧공사 및 전기통신공사업, 에너지 관련 발전‧전력의 판매 등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지난해 말 해상풍력 투자 계획을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높여 잡은 데 이어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화오션은 중장기 사업 전략을 통해 방산과 함께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회사는 해상풍력을 통해 생산한 그린 수소를 직접 제작한 수소 운반선으로 운송까지 하는 벨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회사가 ‘한화해운’과 ‘한화드릴십’이라는 신규 상표를 등록한 것도 수소 벨류체인 확장 과정서 이뤄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화해운’을 통해 해상풍력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운반하는 작업을 하고, ‘한화드릴십’을 통해 해양 에너지 개발 사업을 추진할 것이란 구상이다.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총서 “조선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넘어 미래 해양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양 신재생에너지 가치사슬 육성’을 구체적인 경영 전략 중 하나로 꼽았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회사의 상표권 등록과 관련한 신사업 추진 전략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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