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수주·일감절벽 딛고 고부가가치 선박 선별수주로 이익 실현
3사 수주잔고, HD한국조선해양 67兆·한화오션 26兆· 삼성重 28兆
HD현대 조선 3사, 공동 교섭 주장···정년연장·임피제 폐지 요구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13년 만에 1분기 동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저가수주를 통한 출혈 경쟁과 일감절벽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LNG운반선 중심의 고부가가치 선박 선별수주에 힘입어 이익실현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의 올해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732억원으로 전년 동기(-415억원) 대비 흑자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한화오션은 184억원, 삼성중공업은 19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전망이다. 조선 빅3가 1분기에 모두 흑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1년이 마지막이다.
아울러 조선업계는 향후 3~4년간 소화할 일감도 이미 확보 중이다. 2010년대 이후 다시 전성기가 도래한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잔고는 67조원, 한화오션은 26조원, 삼성중공업은 28조원 등이다.
올해 수주 실적도 좋다. 올해 1분기 국내 조선사의 선박 수주액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41.4% 증가한 136억달러(약 18조9000억원)다. 중국은 126억달러 수준으로 우리나라가 분기별 수주 1위 자리에 오른 건 2021년 4분기 이후 3년여 만이다.
그러나 수익성 개선과 늘어나는 일감에도 조선사들은 노동조합 리스크에 발목 잡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근로자 처우 개선과 성과급 지급 여부 등을 두고 회사와 노조 측의 갈등이 커지고 있어서다.
HD현대중공업과 미포조선, 삼호중공업 등은 최근 공동 요구안을 마련해 사측과 공동 교섭에 나서기로 했다. 요구안에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성과급 산출 기준 변경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폐기 등이 핵심이다.
HD현대 노조 관계자는 “과거 10년이 넘는 불황 시기 대규모 희망퇴직과 임금·복지 축소 등에도 조선업 부활을 위해 묵묵히 견디며 근무해왔다”며 “조선업계가 불황에서 벗어나고 있는 만큼 임금인상과 함께 인력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년 연장으로 숙련된 정규직 근로자 근속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조선사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공동 교섭으로는 근로자가 원하는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개별 교섭을 원하고 있다.
아울러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돼 파업 등의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수주훈풍에 조선소 도크를 꽉 채워서 건조 작업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파업이 불거지면, 선박 인도 일정에 차질이 빚어져 막대한 지연 배상금을 지급해야만 한다.
한화오션 노조는 기준임금의 300%에 해당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300% 지급을 요구 중이다. 지난해 인수 과정에서 위로금 명목으로 현금과 주식을 각각 150% 받는 조건이 포함돼있다는 명목에서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창립 50년 만에 현장직 노조를 처음 출범했다. 현장직은 그동안 노사협의회를 통해 입금협상을 벌였지만, 올해는 각자 교섭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회사는 물론 근로자끼리도 다툼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소들의 실적이 흑자로 전환되고 있지만 10여년이 넘는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선박 건조와 인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회사와 노조 측이 빠른 교섭을 통한 합의점을 도출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만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