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호황·환경 규제 강화 맞물려 기자재 수익성↑
저가 수주 물량 밀어내고 수익성 확보 본격화
중장기 전망도 밝아···"공급자 우위 시장 이어진다"

한화엔진의 선박용 디젤 엔진 제품. / 사진=한화
한화엔진의 선박용 디젤 엔진 제품. / 사진=한화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신조선가지수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조선업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조선업계를 전방산업으로 둔 기자재 업계의 낙수효과도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3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신조선가지수는 183.54포인트를 기록했다. 신조선가지수가 180 이상에서 움직인 건 지난 2007년 11월부터 2008년 8월까지 이어진 조선업 최고 호황기인 10개월 동안이 마지막이다. 

지난 3년간 지수 추이는 2021년 153.63, 2022년 161.84, 2023년 178.36으로 상승세를 보이면서 사상 최고치인 191.5를 넘볼 태세다.

선박 건조 가격이 오르면 자연히 배를 만드는 조선업 회사의 수익성에 보탬이 된다. 업계는 조선업 호황과 맞물려 환경 규제 강화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 펼쳐질 것으로 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선박 건조 업체들의 호황은 자연히 후방산업인 기자재업계에 낙수효과로 작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은 지난 2022년 수주한 선박부터 고가 물량으로 분류하고 있다”면서 “엔진 및 블록 등 조선 기자재 값도 신조선가와 함께 상승 추세”라고 전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기자재 업계는 지난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블록 등 기자재를 생산하는 현대힘스의 지난해 매출은 1891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7억원에서 144억원으로 3.8배 성장했다. 

과거 저가 수주 물량을 해소하고, 지난해부터 액화천연가스(LNG)선과 대형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선에 납품할 블록을 납품하기 시작한 덕이다. 현대힘스는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등 국내 대형 조선사에 지속적으로 조선 기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LNG 운반선 화물창의 보냉재를 만드는 한국카본의 지난해 매출은 5944억원으로, 전년(3693억원) 대비 60.9% 성장했다. LNG는 LNG 운반선 화물창 내에서 액체상태로 운송되는데 이 과정서 조금씩 자연 기화되므로 보냉재가 필수재다. 

선박 엔진 업계 역시 지난해부터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기 시작했다. 선박용 엔진은 선박 원가의 10% 안팎을 차지하는 핵심 기관이다. 

한화엔진은 영업이익 87억원을 달성하며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간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친 덕이다. 조선업계 호황으로 엔진 납품 대수도 크게 증가하면서 매출도 전년(7642억원) 대비 11.8% 오른 8544억원을 기록했다. 

STX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2450억원, 영업이익 17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8.0%, 61.2% 오른 것이다.

LNG 운반선에 적용된 보냉재. /사진=한국카본
LNG 운반선에 적용된 보냉재. /사진=한국카본

향후 실적 개선세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엔진업계는 이중연료 엔진 수주물량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조선사에 납품한다. 선박유와 가스를 함께 사용하는 이중연료 엔진은 기존 디젤엔진보다 비싸고 마진율 역시 5%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지난 2022년부터 이중연료 엔진으로 일감을 채우기 시작했다. 통상 조선소가 선박을 수주한 이후 엔진 발주까지 약 6개월이 걸리고 엔진 수주 후 최종 출하까지 18개월이 걸리는 걸 감안하면 올해부터 영업이익 개선이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업계는 한화엔진이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593억원, 영업이익 575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률 추정치는 5.4%로 고객사인 조선사들의 영업이익률 추정치 4.0% 수준보다 높다.

중장기 전망도 밝은 편이다. 본격적인 친환경 선박 교체 사이클이 다가오면서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22일 발간한 ‘2024년 1분기 선박 매매시장 동향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IMO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선박 교체 가속화 및 신조선가 상승세 지속이 예상된다”면서 “탄소배출 규제 및 선박 노후화 등으로 인해 해체 대상 선박의 공급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선주들은 강화하는 환경 규제에 맞서 ‘비싼 선박’을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 이에 공급자 우위 시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조선업계가 장기 불황을 거치면서 조선 기자재 업체 다수가 폐업하거나 생산 역량을 축소했다”면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남은 업체들에 일감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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