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조선 3사 노조, 올해 임단협서 정년 연장 요구안 제출
노동계 "저출산·고령화 따른 인력난 해소 효과도"···기업 "비용 증가 부담"
전문가 "정부 주도 노사정 협의체서 단계적 정년 연장 논의해야"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등 HD현대 조선 3사 노조가 ‘정년 연장’ 카드를 제시하고 나서면서 조선업계에서 정년 연장이 노사 협정의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조는 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로 늘리고 임금피크제를 없애자는 입장이지만, 사측은 정년 연장에 따른 지출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고심이 커질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HD현대 계열 조선 3사는 교섭 효율화를 위해 공동 교섭을 개최할 계획이다. 노조는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한 정년 연장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정하고 임단협 공동요구안을 지난달 회사 측에 전했다.
노동계는 정년퇴직 후 연금을 받기까지 소득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정년 연장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나이는 63세지만 오는 2033년부터 65세로 연장되는 만큼 정년을 연장하자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이외에도 기본급 15만98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을 비롯한 임금피크제 폐기를 요구안에 담았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수년 전부터 임금 및 단체협상의 주요 안건으로 정년 연장을 내세우자 이 같은 흐름이 조선업계에도 번지는 모양새다. 표면상으로는 국민연금 수급 시점이 원인이 됐지만, 저출산과 고령화도 정년 연장을 가속화하는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나 숙련공이 절실한 조선업계는 정년 연장이 고질적인 인력난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지난 10년 새 조선업계 대규모 구조 조정기에 떠난 숙련공의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대체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손은 부족하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1000만 CGT(표준선 환산톤수)에 달하는 국내 적정 생산량을 고려하면 조선업계에 연평균 1만2000명 이상 인력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2027년부터는 약 13만 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기업들은 아직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령화 사회 진입과 청년 근로자 감소에 따른 인력 개편 문제에 직면하고 있지만,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경영 악화를 경계하는 모양새다. 조선업계도 숙련공의 빈 자리를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나가는 추세다.
다만 노조는 정년 연장에 따른 비용 증가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고, 흔히 거론되는 정년 연장에 따른 청년 채용 감소 효과도 미미할 것이란 주장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관계자는 “조선업이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올해 1월부터 5개월 만에 증가한 직원 수만 4000여명이고 직고용한 외국인만 1000여명”이라며 “매년 평균 250명이 정년 퇴직하는데 이들의 정년을 연장하는 데 늘어나는 인건비는 신규 채용에 들어가는 비용의 10%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회사가 정년 연장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가 “더 싼 비용으로 숙련공의 기술력을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정년 퇴직자 가운데 70% 가량이 협력업체로 재입사를 하는데, 회사는 이를 이용해 숙련공의 기술을 낮은 비용을 지불하고 전수하는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을 중심으로 한 노사 간 갈등 해결 과제를 개별기업의 몫으로 둬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노사정 협의체를 통해 단계적인 정년 연장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면 2030년까지는 62세, 2035년까지는 64세로 정년에 대한 정의를 재조정하자는 얘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정부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65세 노인의 개념을 70세로 연장하는 논의가 나오는 등 정부를 중심으로 정년 연장에 나서고 있다”면서 “사회적 충격을 최소하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 기업에 준비 기간을 부여하고 단계적인 정년 연장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