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R&D 비용, 2019년 2023억→지난해 3074억원
메탄올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20만㎥급 LNG 운반선. /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20만㎥급 LNG 운반선. / 사진=HD현대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의 연구개발(R&D) 비용이 최근 5년새 52% 증가했다. 중국 조선소들의 맹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술·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향후 글로벌 조선 시장의 중심이 될 친환경 선박의 연구개발 및 고도화를 많은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의 연구개발비는 ▲2019년 2023억원 ▲2020년 2067억원 ▲2021년 2135억원 ▲2022년 2611억원 ▲2023년 3074억원 등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3사 중 연구개발비 비중 및 증가 폭이 가장 큰 기업은 한국조선해양이다. 2019년 842억원 투자에서 지난해 1624억원으로 92.9% 증가했다. 반면 한화오션은 같은 기간 686억원에서 762억원(11.1%) 늘어나 증가 폭이 가장 낮았다.

각사의 5년간 총 연구개발비는 한국조선해양 5492억원, 한화오션 3611억원, 삼성중공업 2807억원 등이다. 연구개발비 투입 규모는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관련 수주 성적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3사는 중국 조선소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기술 초격차에 집중하고 있다. 탱커선의 경우 LNG선 등 친환경 선박보다 판매가격이 낮고 뛰어난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여서, 중국 조선소들의 계약 물량이 많아지는 모양새다.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글로벌 발주 선박 점유율은 약 60%다. 이 중 대부분은 탱커선 물량이다. 중국의 점유율은 2002년에는 8%에 불과했지만 20여년 만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우리 조선소는 3~4년치 일감이 쌓인 상황에서 고수익이 담보되는 물량 위주로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탱커선 물량이 중국에 몰린 것이라며, 친환경 선박의 연구개발에 집중해 해당 물량을 계약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하는 글로벌 규제 강도가 높아지는 만큼 선사들의 원하는 친환경 선박 제품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갖추려는 것이다. 중국보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LNG선이나 메탄올·암모니아선 등 수익성이 높은 선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예전보다 많은 규모의 연구개발비가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메탄올은 저장할 때 높은 압력과 극저온이 요구되는 LNG와 달리 상온이나 일반 기압에서도 저장·이송이 쉽고 초기 구축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바다에 배출해도 물에 쉽게 녹아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LNG가 탈탄소 시대의 과도기적 연료라면, 메탄올은 친환경선박을 이끌 핵심 연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투자 없는 기업에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향후 선박 시장을 주도할 친환경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 해당 시장의 점유율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방침”이라며 “메탄올 선박 등 친환경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앞으로도 많은 자금을 투입해 중국 등 경쟁국의 추격을 뿌리칠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