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삼립 지난해 최대 실적 달성
‘강선희·황재복’ 경영 공백 생겨
허영인 회장 검찰 조사도 진행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SPC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2년 연속 식품사 3조 클럽에 안착한 SPC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 집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SPC는 주요 계열사들의 호실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는 듯했지만 수년째 각종 사건들이 발목을 잡고 있고, 설상가상 대표이사들의 공백으로 경영 리스크까지 직면했다.

25일 SPC삼립은 지난해 매출 3조4927억원, 영업이익 93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4%, 4.7%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3조대 매출을 이어간 SPC삼립은 2년 연속 식품사 3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돋보이는 베이커리 사업, 파리바게뜨 이탈리아行

SPC삼립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베이커리 사업부문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SPC삼립의 지난해 베이커리 사업부문 매출은 9211억9000만원, 영업이익은 765억3200만원으로 1년 사이 각각 9.7%, 19.4%나 늘었다.

SPC그룹의 유일한 상장사 SPC삼립 실적 및 지분율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SPC그룹의 유일한 상장사 SPC삼립 실적 및 지분율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사업보고서를 통해 SPC삼립은 성장 동력으로 “제빵 시장에서 핵심 경쟁 우위를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성과, 핵심 원재료 벨류체인의 수직계열화를 통한 안정적인 원재료 공급, 품질 향상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면서 “자회사인 SPC GFS를 활용한 안정적인 원재료 구매 및 조달, SPC그룹 물류 통합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3PL 등 외부 물류 확대를 통한 다양한 사업 확장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SPC삼립은 “글로벌 진출, 사업 확장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SPC그룹에 따르면 허영인 회장은 전날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의 마리오 파스쿠찌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이탈리아 내 파리바게뜨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PC는 2002년 파스쿠찌 커피숍을 한국에 들여와 22년째 협업관계를 이어가는 가운데 오랜 관계가 이탈리아 진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파리바게뜨는 현재 중국·미국·프랑스·캄보디아·말레이시아 등 세계 10개국에서 55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에는 프랑스 파리에 파리바게뜨 매장을 개점에 화제를 모았다. 이탈리아는 파리바게뜨의 11번째 진출국이다. 앞서 SPC는 중동 진출을 위해 지난해 9월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 할랄 인증 공장을 착공했다.

허영인 SPC 회장(왼쪽 첫번째)과 마리오 파스쿠찌 회장(왼쪽 두번째),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오른쪽 첫번째)이 함께 SPC그룹 주요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SPC
허영인 SPC 회장(왼쪽 첫번째)과 마리오 파스쿠찌 회장(왼쪽 두번째),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오른쪽 첫번째)이 함께 SPC그룹 주요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SPC

이같은 SPC그룹의 글로벌 행보는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시도다. 제과점업은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됐고,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전년 점포수의 2% 내에서만 추가 출점이 가능하다. 중기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된 2019년에는 대한제과협회와 상생협약을 맺어 올해까지는 동네 제과점 인근 500m 이내 출점이 불과하다.

국내서 사업 확장이 어렵다보니 자연스레 파리크라상 실적도 악화됐다. 파리크라상은 지난 2022년 연결 기준 매출 5조3095억원으로 전년(4조7762억원) 대비 10%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464억원으로 전년(770억원) 대비 크게 줄었다.

◇국내외 사업 확장, 올해 대기업 집단 지정 가능성

SPC그룹은 올해 공정위가 지정하는 대기업 집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2017년부터 자산총액 기준으로 ‘공정자산 5조원 이상’ 확보한 그룹을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하고 있다. SPC는 국내 20여개 회사와 해외법인 포함 총 69개에 달하는 규모의 기업 집단이다.

현재 SPC그룹의 상장사는 SPC삼립 한 곳이다. SPC삼립은 지난해 기준 자산 1조3102억원이다. 파리크라상은 2022년 기준 1조7014억원, 샤니는 1942억원, 섹타나인 3072억원, SPC GFS 3301억원, SPL 2616억원, 비알코리아 6811억원 등으로 단순 계산 4조7858억원이다. 여기에 규모가 작은 계열사들까지 단순 합산하면 지난해 5조원을 넘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식품사들 중에선 CJ, 하림, 동원, 삼양, 하이트진로, 농심 등이 대기업 집단에 포함돼 있다.

유통업계에선 SPC가 공정위 감시를 피하기 위해 오너 3세 경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대기업 집단에 지정되면 공정위로부터 공시 의무와 사익편취 규제 등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로 부담이 커진다. 특히 오너일가 대상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증여세 납부 등 감시가 더해져 허영인 회장이 앞으로 경영 승계하는 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앞서 허영인 회장은 2020년 자신이 보유한 SPC삼립 265억원 상당의 보통주 40만주를 장남 허진수 사장에 증여했다. 첫 증여로 보유 주식의 절반을 허 사장에게 물려주면서, 허 회장의 지분은 4.64%로 낮아졌다. 허진수 사장 지분율은 16.31%다. 현재로선 허 회장의 남은 지분율이 허 사장에게 돌아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허영인 회장 일가가 100% 보유한 파리크라상은 SPC삼립 지분 40.66%를 갖고 있다. SPC그룹의 지배구조는 파리크라상을 중심으로 계열사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셈이다. 즉 파리크라상 지분 정리에 따라 승계 작업도 마무리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허희수 부사장의 독립경영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한다. 허 부사장이 총괄하는 비알코리아 배스킨라빈스 부문과 섹타나인이 SPC 본사에서 나와 도곡동 인근 ‘SPC2023’ 사옥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비알코리아 지분은 허영인 외 3인(66.7%), 배스킨라빈스 인터내셔널 LLC(33.3%)로 구성돼 있고, 파리크라상과 출자 고리가 없다.

왼쪽부터 허영인 회장, 허진수 사장, 허희수 부사장. / 사진=SPC
왼쪽부터 허영인 회장, 허진수 사장, 허희수 부사장. / 사진=SPC

 

여기에 SPC그룹은 쉐이크쉑 한국 사업부를 물적분할했다. SPC는 분할신설회사 빅바이트 컴퍼니를 설립했다. 빅바이트 컴퍼니는 쉐이크쉑 한국사업부를 운영하게 되며 파리크라상은 쉐이크쉑을 제외한 파리바게뜨·피그인더가든·파스쿠찌·라그릴리아 등 17개 브랜드 사업을 지속 전개한다.

◇각종 사건 사고 발생, SPC 경영 리스크 불거져

문제는 SPC그룹을 둘러싼 경영 리스크다. SPC 수장으로 영입된 판사 출신 강선희 전 대표가 취임 1년 만에 사임했다. 강 대표는 남편인 김진모 충북 청주시 서원구 국민의힘 예비후보의 선거 운동을 돕기 위해 대표이사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 주요 사건 사고 개요. / 표=김은실 디자이너
SPC그룹 주요 사건 사고 개요. / 표=김은실 디자이너

 

황재복 SPC그룹 대표도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조 탈퇴 강요 의혹으로 구속됐다. SPC그룹 자회사인 PB파트너즈에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조합 탈퇴를 종용하고 인사에서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다. 그간 강 전 대표는 법무·대관·홍보 등 대외 업무를, 황 대표는 사업 관리 등 내부 업무를 각각 맡아왔다는 점에서, SPC그룹의 경영 공백이 큰 상황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선 대표이사 후임을 물색할지, 대표 공백 상태로 운영해나갈지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사업부별로 임원들이 대표이사를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검찰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소환했다. 지난 18일과 19일, 21일 세 차례 검찰 소환 요청에 불응한 허 회장은 이날 출석하면서 검찰에 비공개 소환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는 이날 오후 허 회장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2019년 7월~2022년 8월 자회사 PB파트너즈에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탈퇴를 종용하고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과정에 SPC그룹 차원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SPC가 사측에 친화적인 한국노총 식품노련 PB파트너즈 노조의 조합원 확보를 지원하고, 해당 노조위원장 A씨에게 사측 입장에 부합하는 인터뷰를 하거나 성명을 발표하게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관련 혐의로 지난 22일 황 대표를 구속 기소했고, 황 대표로부터 허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4일 서경배 전 SPC 대표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허 회장에게 직원들의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탈퇴 유도를 지시했는지 추궁할 것으로 점쳐진다.

SPC그룹 관계자는 허 회장 검찰 소환 관련 “조사에 성실히 임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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