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사상 최대 실적, 2년 연속 3조 클럽 달성
경쟁사 대비 해외 매출 미미···글로벌 사업 확대 계획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K-라면 열풍에 힘입어 오뚜기가 지난해 최대 실적을 냈다. 오뚜기는 2년 연속 3조 클럽에 안착하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했지만 해외 시장 개척은 수년째 과제다. 경쟁사 대비 오뚜기는 해외 매출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오뚜기는 올해 글로벌사업본부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 확대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22일 오뚜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오뚜기는 지난해 매출 3조4546억원, 영업이익 2549억원을 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8.5%, 37.3% 오른 수치다. 

오뚜기 전체 실적 및 해외 매출 추이. / 자료=오뚜기, 표=김은실 디자이너
오뚜기 전체 실적 및 해외 매출 추이. / 자료=오뚜기, 표=김은실 디자이너

라면업체들은 지난해 해외 수출 성과를 기반으로 일제히 호실적을 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5% 증가해 9296만9000달러(약 1230억원)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연말에는 연간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수출을 무난하게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농심과 삼양식품도 높은 해외 매출로 최대 실적을 냈다. 반면 오뚜기는 경쟁사 대비 미미한 수준의 해외 매출을 내면서 수년째 해외서 성과를 내는 것이 과제로 남겨졌다. 지난해 오뚜기 해외 매출은 3325억원으로 전년(3265억원) 대비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오뚜기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10%에 불과하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이 70%를 넘어서고, 농심이 전체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둔 것과 대조된다.

여기에 오뚜기는 국내서도 브랜드파워가 약세를 보이는 추세다. 식품산업통계정보·마켓링크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브랜드 점유율 톱10에서 오뚜기 제품은 진라면(3위, 점유율 8.75%)에 불과했다. 반면 농심은 신라면·짜파게티·육개장·안성탕면·너구리,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과 삼양라면, 팔도는 왕뚜껑과 팔도비빔면을 이름에 올렸다.

오뚜기 지분율 및 국내 주요 라면 톱10 점유율. / 자료=오뚜기, 식품산업통계정보, 표=김은실 디자이너
오뚜기 지분율 및 국내 주요 라면 톱10 점유율. / 자료=오뚜기, 식품산업통계정보, 표=김은실 디자이너

상황이 이러하자 오뚜기는 뒤늦게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밑작업을 그렸다. 오뚜기는 지난해 11월 글로벌사업부를 글로벌사업본부로 확대 격상시키고 수장에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영입했다. 김 부사장은 오뚜기 3세 함연지씨의 시아버지다.

앞서 오뚜기는 지난해 8월 미국에 생산법인인 ‘오뚜기 푸드아메리카’를 설립했다. 현재 해당 법인은 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건립하기 위한 부지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는 지난 2018년 공장을 준공했던 베트남에도 추가 공장을 설립한다. 인도네시아 시장을 겨냥한 할랄 공장을 설립해 이슬람 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오뚜기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 목적으로 오뚜기 베트남 법인에 1000만달러(약 134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지속적인 해외 시장 투자를 통해 가식적인 성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글로벌사업본부 재편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로서 오뚜기 유력 후계자는 함 회장의 장남인 함윤식 차장이다. 함 회장도 오뚜기 창업자인 고 함태호 명예회장의 장남이었다는 점에서, 오뚜기는 장자 승계 원칙을 따르고 있다.

다만 함 차장은 식품업계 오너 3사들과 달리 그룹 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식품업계 오너 3세들은 자사 중책을 맡으며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대표적으로 농심 신상열 상무, CJ제일제당의 이선호 식품성장추진실장, 오리온 담서원 상무, 삼양식품 전병우 실장 등이 있다.

오뚜기 오너 3세 함연지씨가 지난해 12월 유튜브 업로드 중단을 알렸다. / 사진=유튜브 햄연지 캡처
오뚜기 오너 3세 함연지씨가 지난해 12월 유튜브 업로드 중단을 알렸다. / 사진=유튜브 햄연지 캡처

함 차장은 2021년 오뚜기에 입사해 경영관리부문 차장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91년생으로 그룹 임원직에 오르지 않은 상태고, 외부로 노출된 바 없다. 오뚜기 내부에서도 지분율은 2.79%에 불과하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함연지씨가 경영수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함연지씨는 지난해 12월 본인 유튜브 채널 햄연지에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끝으로 유튜브 업로드를 중단한다고 했다.

당시 그는 “미국 시장에서 한국 음식을 어떻게 하면 잘 알릴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면서 “일하는 것도 즐겁고 이런 루틴 있는 생활도 너무 잘 맞아서 굉장히 의미 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함연지씨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윈터 팬시 푸드쇼(WFFS) 2024’를 참관했다. WFFS는 미국은 물론 전세계 스페셜티 식음료 기업이 참여하는 무역 전문 전시회다. 오뚜기 아메리카도 부스를 꾸렸다. 함연지씨의 시아버지가 글로벌 사업본부장 부사장으로 선임된 것과 맞물리면서 함연지씨가 해외 부문을 맡고 사업 확장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오뚜기 관계자는 “박람회는 일반인도 참가할 수 있고, 함연지씨는 오뚜기에 공식 입사한 것도 아니다”면서 “글로벌사업본부를 통해 오뚜기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해외에 알리고 진출 국가도 확대해나가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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