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패스, 관리종목 지정 우려···자본잠식률 85%
유상증자, CB 발행 등 자본확충 시급···자금조달 사활
현금 위기에 신약 개발 지속 가능성 '빨간불'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올리패스가 자본잠식에 따른 관리종목에 지정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까지 50% 이상 자본잠식을 해결하지 못하면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인다.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신약 개발에서 확실한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는 이상,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올리패스 재무구조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올리패스 재무구조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리패스는 OliPass PNA 플랫폼 기술 공동연구개발 매출 증가로 영업손실,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및 당기순손실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본잠식률이 전년 대비 증가하면서 관리종목 지정 위기감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자본잠식이란 회사의 적자폭이 커져 잉여금이 바닥나고 자본 총계가 납입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를 말한다. 

올리패스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53억원으로 전년(23억원) 대비 매출이 신장했다. 영업적자는 지난해 137억원으로 전년(241억원) 대비 수익성이 개선됐다. 다만 자본잠식률은 85.3%를 기록했다. 순손실이 기말 결손금(잉여금)으로 대체되면서 자본잠식률이 2022년 32.6%에서 2023년 85.3%까지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기준 올리패스의 자본총계는 25억원으로 자본금 169억원보다 적은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기업이 2회 연속 자본잠식률 50% 이상을 기록했을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 2년 연속 유지되거나 완전 자본잠식의 경우 즉시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한다. 누적된 영업적자로 인해 결손금도 매년 늘어났다. 2020년 1754억원이었던 결손금은 2021년 2003억원, 2022년 2245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된 결손금은 2351억원으로 집계된다.

올리패스 자금조달 현황 및 계획./ 표=김은실 디자이너
올리패스 자금조달 현황 및 계획./ 표=김은실 디자이너

올리패스는 유동성 경색에 의한 관리종목 지정 위기감이 높아지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총 400억원이 달하는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CB로 조달하는 자금은 제10회차 50억원, 11회차 20억원, 12회차 300억원, 13회차 50억원이다. 이달 35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유상증자도 진행했다. 최종 납입이 끝나는 시점은 오는 8월이다. 

올리패스가 이토록 자금조달에 사활을 건 이유는 이미 지난해 반기 기준 자본잠식률이 92%에 달한 만큼,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 없이는 연말 완전자본잠식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지난해 9월과 12월 각각 50억원, 35억원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다만 지난 2월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등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자금조달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우후죽순 찍은 CB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CB를 발행하면 사채권자는 주식전환청구권을 행사하거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만기 보유를 할 수 있다.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높으면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낮으면 투자자들은 풋옵션을 행사해 원금과 이자까지 회수할 수 있다. 

제 10회차 CB의 전환가액은 1100원(최저 770원), 11회차 589원, 12회차 792원(최저 555), 13회차 623원이다. 현 시점 올리패스의 주가는 40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즉, CB 전환가액이 모두 현 주가를 상회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주식으로 전환할 매력적인 조건이 아니다. 올리패스가 중장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하지 못하면 풋옵션 행사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고된다.  

현재로서 올리패스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본업인 신약 개발에서 성과를 내는 수밖에 없다. 2006년 설립한 올리패스는 인공유전자 플랫폼을 기반으로 리보핵산(RNA)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기업이다. 대표 파이프라인으로는 비마약성 진통제 'OLP-1002', 당뇨성 망막증 및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 'OLP-1003'가 있다. 

문제는 연구개발비로 사용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79억원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리패스는 연구개발비로 매년 100억원 이상 사용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143억원, 2022년 150억원, 지난해 3분기까지는 약 100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썼다.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 조달까지 실패할 경우, 신약 R&D 지속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2019년 기술성장특례로 코스닥 상장한 이후 아직까지 기술수출에 성공하지 못한 것도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회사의 파이프라인 중 조기 사업화가 가장 가까울 것으로 예상됐던 비마약성 진통제 OLP-1002의 임상 2a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올리패스가 공개한 OLP-1002 호주 임상2a상 결과에 따르면, 59명의 관절염 통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위약군, 1㎍ OLP-1002 투약군, 2㎍ OPL-1002 투약군 중 위약군을 투약받은 그룹의 통증 감소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OLP-1002가 위약보다 효과가 적었다는 의미다.

당시 올리패스 관계자는 “호주에서 진행된 관절염 환자 대상 임상 시험들은 통상적인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과도한 위약 효과로 임상 시험 결과들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신 올리패스 대표는 “과도한 회사의 시장 가치 훼손으로 인해 주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사과 메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올리패스 관계자는 “지난해 말 신규 파이프라인으로 비만치료제 ‘ACC2 선택적 저해제’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재무구조 악화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금 조달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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