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멥신, 공시 번복···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거래정지'
최대주주로 타이어뱅크 맞이···"29일부터 경영 맡아"
10년째 기술이전 계약 0건, 연구개발 성과 물음표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항체치료제 개발기업 파멥신의 최대주주로 타이어뱅크가 경영을 맡게 됐다. 파멥신은 최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서 주식 매매거래 정지와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다. 다만 얼어붙은 바이오 투자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개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새로운 최대주주 등장에도 시장 반응은 싸늘한 분위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파멥신은 불성실공시위원회로부터 3자 배정 유상증자 철회 공시를 한 것에 대해 4.5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앞서 변경 공시 불이행·공시 지연으로 벌금 11점을 부과받은 파멥신은 최근 1년간 불성실공시법인 부과 벌점 총 15.5점을 받으며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했다. 코스닥 공시 규정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누계벌점이 15점 이상인 상장법인은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파멥신 최대주주 변경./ 표=김은실 디자이너
파멥신 최대주주 변경./ 표=김은실 디자이너

파멥신은 신약 연구개발 전문기업으로 항암 항체의약품을 주력제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핵심 파이프라인에는 임상 2상이 진행 중인 올린베시맙 ‘TTAC-0001’, 임상 1상 단계의 면역항암 항체치료제 ‘PMC-309’와 혈관 정상화 항체치료제 ‘PMC-403’, 비임상 단계의 이중표적항체 ‘PMC-001’ 등을 보유하고 있다.

그간 파멥신은 유동성 경색과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대내외 위기감이 커졌다. 특히 지난해는 최대주주가 수차례 바뀌는 등 경영 리스크가 대폭 확대됐다. 지난해 6월 파멥신은 경영정상화와 연구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개인 투자조합인 파멥신다이아몬드클럽동반성장에쿼티 제1호(파멥신다이아에쿼티)와 3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증을 결정하며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이 지연돼면서 철회됐다. 이후 유콘파트너스, 최모씨, 남모씨를 거쳐 지난해 12월 타이어 유통 전문기업 타이어뱅크를 최대주주로 맞이했다. 

타이어뱅크는 지난달 5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파멥신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로 타이어뱅크와 특수관계자의 파멥신 지분율은 총 13.31%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확실한 최대주주가 필요한 파멥신과 바이오 사업 진출을 준비해오던 타이어뱅크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타이어뱅크에 따르면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다년간 바이오헬스케어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바이오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모색해왔다. 이번 파멥신 인수를 바이오 사업 진출 교두보로 삼고 파멥신의 가치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 타이어뱅크 측 입장이다.

파멥신의 새주인이 타이어뱅크로 바뀌면서 사내이사엔 타이어뱅크 인사가 전면 배치됐다. 새로운 사내이사 6명 중 5명이 타이어뱅크 측 인사로 알려졌다. 다만 시장에서는 신약 개발 경험이 전무한 타이어뱅크가 파멥신의 경영을 이끄는 것에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타이어뱅크의 탄탄한 자본력이 파멥신의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에 동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신약 연구 경험이 전혀 없는 타이어뱅크 측 인사들이 주요 보직을 맡은 것에 대한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타이어뱅크의 2022년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4152억원, 당기순이익이 499억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은 4105억원에 달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약 개발은 다른 분야보다 훨씬 전문성을 요구하는데 비관련 기업이 인수하면 연구 방향성이나 경영 전략을 짜기 어려울 수 있다”며 “최대주주 측 인사들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다 보면 기존 사업의 연속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최대주주로부터 임상 R&D 비용을 댈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다면 재무적 여건은 개선될 것”이라며 “최소한 R&D 핵심 인력은 잔류시키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간 파멥신은 수년간 누적된 영업적자로 유동성 문제가 대두됐다. 파멥신은 연구개발비로 2020년 약 177억원, 2021년 335억원, 2022년 189억원을 사용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사용한 연구개발비는 약 71억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주목할만한 매출을 내지 못하면서 매년 200억원 이상 영업적자가 쌓였다. 만성 적자 상황이 지속되자 당장 연구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현금 여력도 바닥을 드러냈다.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1년 약 378억원에서 2022년 130억원, 지난해 3분기 61억원으로 쪼그라들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파멥신의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비율은 2020년 67.11%, 2021년 86.49%, 2022년 123.22%로 3년 연속 50%를 초과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법차손이 최근 3년간 2회 이상 발생할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법차손 요건에 대해 3년간 유예기간을 받는다. 2018년 11월 기술특례 상장한 파멥신은 2021년부터 관리종목 지정 유예기간이 끝났다.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려면 지난해 반드시 법차손 비율을 50% 아래로 내려야만 했다. 파멥신이 외부 자금 조달에 사활을 걸었던 이유다.

문제는 파멥신이 본업인 신약 개발에서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멥신은 2014년 마지막 기술이전 계약을 끝으로 10년째 새로운 딜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파멥신은 헬릭스미스에 종양을 제외한 모든 질환을 적응증으로 PMC-003을 기술이전했다. 2014년에는 T 제약과 안과질환 치료제인 TTAC-0001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두 건 모두 총계약금액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파멥신은 기술이전 외에 눈여겨 볼만한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지 않다. 지난해 3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파멥신의 누적 영업수익은 1100만원이다. 기술개발용역 사업에서 매출이 소액 발생했다.

핵심 파이프라인인 항체치료제 올린베시맙과 키트루다 병용 2상은 지난 2021년부터 진행됐지만, 임상 결과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달 기준 면역항암 항체치료제 PMC-309 호주 임상 1a/b상은 첫 환자 투여가 완료된 상태다. 조기 기술이전을 준비 중인 혈관정상화 치료제 PMC-403은 국내 임상 1상 단계다.

파멥신 관계자는 “올린베시맙과 키트루다 병용 2상은 아직 진행 중”이라며 “PMC-403은 조기 기술이전을 목표 중”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