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바이오, 제프티 긴급사용승인 두고 정부 부처와 대립각
임상 자료 제출한지 10개월···허가 불투명에 투자자들 혼란↑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 범용 항바이러스제로도 개발할 것"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현대바이오가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제프티’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두고 정부 부처와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제프티 긴급사용승인 사전검토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굳히며, 상용화 가능성은 요원해지고 있다. 현대바이오는 제프티 개발 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짜야 하는 위기에 몰린 가운데 막대한 손실을 입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바이오 '제프티' 개발 현황./ 김은실 디자이너
현대바이오 '제프티' 개발 현황./ 김은실 디자이너

2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 제프티의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두고 현대바이오와 담당 부처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바이오가 제프티 긴급승인을 위한 임상 자료를 제출한 지 1년이 가까워지는데도 타탕성 검토가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앞서 현대바이오는 제프티를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해 긴급사용승인을 고려한 통합임상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4월 임상 2상을 완료하고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수개월이 지나도 긴급사용승인 윤곽이 나오지 않자,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높아져만 갔다.

이에 회사는 지난달 홈페이지에 “식약처가 제프티 임상시험은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임상시험이 아니므로 사전검토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공지하며 논란이 커졌다. 우흥정 현대바이오 부사장은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국가보건의료정책 방향’ 제2차 토론회에서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도 외국산 치료제(팍스로비드·조코바)와 동일한 잣대로 유효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질병청으로부터 요청이 들어와야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는데 요청이 없었다”며 “임상시험 절차가 완료된 의약품에 대한 품목 허가 사전검토는 있지만 질병청 요청 없이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사전검토 제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긴급사용승인은 감영병 대유행 우려로 질병 대응에 필요한 기존 의약품이 없을 경우, 임상시험을 생략하고 허가받지 않은 약물의 사용을 허가하는 제도다. 여기서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가르게 되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감염병 유행 상황이 ‘긴급’하냐는 것이다. 또 정부가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의약품 혹은 대체 의약품이 없는 경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많은 국내 기업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긴급사용승인이 어렵고 상업화되더라도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하에 개발을 중단했다.

현대바이오 연구개발 총괄표./ 표=김은실 디자이너
현대바이오 신약 연구개발 총괄표./ 표=김은실 디자이너

문제는 그간 현대바이오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올인하며 제프티 임상에 막대한 연구비를 써왔다는 것이다. 현대바이오가 여태까지 제프티 연구개발에 쓴 돈은 무려 4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상 2021년부터 모든 연구개발(R&D) 역량을 코로나 임상에 올인하면서 긴급사용승인이 거절될 경우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대바이오의 연구개발 진행 총괄표를 보면 신약 파이프라인은 두 가지다. 코로나19 치료제 제프티와 췌장암 신약 ‘폴리탁셀’이 있다. 현대바이오는 폴리탁셀은 전임상을 완료하고 2020년 11월부터 임상 1상을 준비했다. 그러나 3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폴리탁셀은 1상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다. 2021년 제프티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1상이 본격화되면서 현대바이오의 관심사는 오로지 제프티 긴급사용승인에 쏠려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치료제 매력도가 엔데믹 이후 급격히 떨어지면서 시장에서는 제프티가 가진 경쟁력에 대한 의문도 커지는 상황이다. 2022년부터 외국산 코로나19 치료제가 빠르게 도입되면서 정부는 치료제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게 됐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줄어들면서 언젠가부터 코로나는 감기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제프티가 식약처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더라도 그동안 투입한 연구개발비를 회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식약처 긴급사용승인에 실패하게 되면 임상 3상 이후 정식 허가에 도전해야 한다. 제프티 코로나19 임상에 쓰일 돈이 앞으로 더 늘어난다는 뜻이다. 아니면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 범용 항바이러스제로 다시 개발하는 방법도 있다.

현대바이오는 차선책으로 지난해 10월 제프티에 대한 호흡기 바이러스 치료제 전임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함께 제프티를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 범용 항바이러스제로 개발하고자 전임상에 착수했다”며 “해당 프로젝트는 임상기관과 임상선임연구자(PI) 선정을 완료하고 연구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개발에 투자할 자금 유동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제프티와 췌장암 치료제 폴리탁셀 임상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134억원으로 2022년 말(187억원) 대비 28.3%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연구개발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공시를 통해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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