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
신상열 상무, 미래사업실서 M&A 발굴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농심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K-푸드 열풍에 힘입어 농심이 신라면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거둔 결과다. 신동원 농심 회장은 ‘뉴(NEW) 농심’ 비전을 제시하고 사업다각화를 강조해왔다. 오너 3세인 신상열 상무가 미래사업실에서 신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선 본격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3조4106억원, 영업이익 212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9%, 89.1% 증가한 규모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6.2%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농심 지분율 및 최근 농심 실적 추이. / 자료=농심, 표=김은실 디자이너
지난해 기준 농심 지분율 및 최근 농심 실적 추이. / 자료=농심, 표=김은실 디자이너

이번 농심 실적은 해외법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125% 늘면서 전체 이익개선을 견인했다. 미국법인은 제2공장 가동 효과로 현지 유통업체 매출이 확대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4%, 131.4% 상승했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서도 먹태깡, 신라면 더레드 등 신제품 효과를 봤다. 농심에 따르면 신제품 매출은 국내 사업 매출증가분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식품산업통계정보·마켓링크 통계에 따르면 라면 제조사·브랜드 시장점유율은 수년째 농심 신라면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농심은 전체 라면 제조사 가운데 점유율 55.51%로 압도적이고, 브랜드 기준으로도 신라면이 16.05%로 1위다.

농심 관계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한 끼를 채울 수 있는 라면의 매력이 부각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문제는 농심의 높은 라면 의존도다. 농심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라면(신라면·안성탕면 등)은 78.6%나 차지한다. 같은 기간 스낵(새우깡·칩포테토 등)은 14.8%, 음료(백산수·카프리썬 등)는 4.8%, 기타(켈로그·츄파춥스 등)는 12.8% 등이었다.

신동원 회장은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사업’을 통한 ‘뉴 농심’ 구축을 당부했다. 당시 신 회장은 “우리의 주력 제품은 라면과 스낵이기 때문에 이를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되, 최근 신사업으로 꼽은 대체육과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스마트팜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농심 신상열 상무. / 사진=농심
농심 신상열 상무. / 사진=농심
지난해 국내 라면 제조사 및 브랜드 점유율. / 자료=식품산업통계정보, 마켓링크, 표=정승아 디자이너
지난해 국내 라면 제조사 및 브랜드 점유율. / 자료=식품산업통계정보, 마켓링크, 표=정승아 디자이너

실제 농심은 라면을 잇는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신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농심은 2017년부터 대체육 개발에 본격 나서며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을 선보였고, 2020년부터는 ‘라이필 더마 콜라겐’을 론칭한 이후 건강기능식품 사업에도 공들이고 있다. 지난해엔 프로바이오틱스 신제품 ‘라이필 바이탈 락토’를 출시했다.

아울러 농심은 스마트팜 사업도 본격화했다. 농심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수그린하우스 기업과 스마트팜을 조성하는 MOU를 맺고, 한국 품종 딸기를 연중 생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임직원에게 “건기식과 식물공장 솔루션, 외식 사업을 고도화해 육성하고 사업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수합병(M&A)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신상열 농심 상무가 올해부터 미래사업실장으로 배치된 이유다.

신 상무는 지난 2019년 농심에 입사해 2021년 구매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올해부터는 미래사업실장직을 맡았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신 상무가 미래사업실장직을 맡은 것을 두고 ‘고속 승진’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에선 신 상무가 농심 경영 승계 후보 1순위라는 점에서,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한다.

농심 관계자는 “신상열 상무의 경영 승계를 논하기엔 이르다”면서 “스마트팜, 건기식은 이미 하는 사업으로 그 외 새로운 M&A나 먹거리를 물색하는 작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래사업실은 M&A를 전담하는 부서다. 농심의 신규사업 확장에 있어 핵심적인 부서다. 그만큼 농심이 신 상무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농심은 그간 M&A에 있어 소극적이었다. 농심은 지난 2022년 건기식 기업 ‘천호엔케어’를 사려고 했으나, 인수가 합의를 이루지 못해 실패했다. 앞서 농심은 2020년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의 국내 프로게임단 ‘팀 다이나믹스’를 수의계약으로 인수한 것이 유일한 M&A 포트폴리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농심은 라면 매출 비중이 높은데, 라면은 대내외 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면서 “사업다각화가 필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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