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비대위, 의대 증원 유보 요청과 18일 사직 합의···전국 의대 교수들도 검토 움직임   
정부 “교수 사직 시 의료법에 따른 명령 가능”···의대 정원 2000명 확대는 개혁 핵심 강조
정부도 대화 노력 밝혀 협상 가능성 주목···전공의 선처 이어 전문병원 육성책 등 당근 제시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전공의 파업이 진행되는 와중에 의대 교수들도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에 정부는 행정명령 검토 등 원칙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와 협상은 가능하지만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는 불변이라는 입장을 강조한다. 

12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외의 공신력 있는 제3자 기관에 한국 보건의료 분석을 의뢰한 뒤 이에 근거해 1년 후 의사 수 증원을 결정하자”며 “증원보다는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살리기가 급하며 저출산, 이공계 연구개발 예산 삭감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정부, 대한의사협회, 여당, 야당, 국민대표, 교수, 전공의가 참여하는 대화 협의체를 구성하자”며 “1년 동안 제대로 된 필수의료와 지역·공공의료 살리기 패키지 정책을 수립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전날 저녁 총회를 연 뒤 “정부가 적극적으로 합리적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을 경우 18일을 기점으로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중보건의들이 수도권으로 파견된 12일 전남 화순군 이양보건지소 진료실 불이 꺼져 있다. / 사진=연합뉴스
공중보건의들이 수도권으로 파견된 12일 전남 화순군 이양보건지소 진료실 불이 꺼져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가 이처럼 18일 사직서 제출과 의대 증원 1년 후 결정 주장을 밝힌 것은 현재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상황, 의대생 휴학 움직임, 환자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계 관계자 A씨는 “당초 전날 총회에서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직서 제출날짜와 전제조건까지 합의한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도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주변에는 이번 파업의 종착역까지 왔다는 말도 있지만 공감하지 않는 부분도 있으며 향후 일주일 정도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국 의대 교수들이 최근 집단행동을 추진하는 분위기로 파악된다. 강원대 의대 교수들은 지난 5일 정부의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삭발했다. 6일에는 경상국립대학교 의대 보직 교수 12명이 ‘보직 사임원’을 냈다. 경북대 의대 학장단도 대학의 의대 증원 결정에 항의하며 7일 사퇴했다. 충남대 의대 교수들은 비대위를 꾸렸으며 전북대 의대 교수들은 설문조사 실시 결과 82.4%가 사태 해결을 위한 정부 조치가 없을 경우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답변했다.

성균관 의대 교수협의회는 12일 온라인 회의를 열 예정이다. 가톨릭 의대 교수협의회도 이번 주 내 회의를 열어 집단행동 여부를 협의할 방침이다. 의료계 관계자 B씨는 “학교별로 대학의 의대 증원 신청에 대한 불만도 있어 일부 차이는 있지만 공통 부분은 정원 확대에 대한 반대”라며 “최근 서울대 비대위원장이 빅5 병원의 나머지 4곳 교수들과 회동했기 때문에 언제든지 만나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2일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복지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2일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복지부

이에 정부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대) 교수들도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을 떠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법에 근거한 명령이 가능하다”며 “정부가 (시행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차관은 “교수들이 집단사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그러한 일(사직)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정부가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 C씨는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는 정부 입장에서 원칙대로 진행할 사안”이라며 “의료 개혁의 핵심사안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언급은 다른 정책에 있어서는 양보나 협상이 가능하지만 개혁의 당위성 차원에서 2000명 수치 수정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청한 복지부 유관기관 관계자 D씨는 “서울의대 비대위가 요청한 1년 후 의대 정원 결정 주장은 다른 정책이나 업종에서 들어보지 못한 사례”라며 “정부가 최소한 자존심으로 결정한 것이 2000명 확대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전날 행정처분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 복귀하는 전공의에게 선처하겠다고 강조한 데 이어 이날 2차 의료기관인 중소병원과 전문병원에 대한 수가 상향 조정을 골자로 한 전문병원 육성책을 추진키로 하는 등 정부는 당근을 제시하는 상황이다. 쉽게 설명하면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만 제외하면 나머지 정책은 충분히 협상이 가능하고 의료계를 배려할 수 있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날 브리핑에서 박 차관은 의대 교수들과 대화와 관련, “계획이 잡혀 있고 구체적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해 조만간 회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조 장관이 전날 전공의들과 비공개로 만난 것이 알려진 것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박 차관은 파업 초창기 서울의대 비대위 관계자와 회동한 바 있다. 결국 의대 교수들 집단행동은 현재로선 이른 시간 내 결론 도출 가능성도 예상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교수와 회동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진행돼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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