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협, 주 40시간과 5일 근무 거론 밝혀···시행 시 토요일 진료 직장인 불편 예상
주 5일 근무 준법투쟁 확산 전망···낮은 응집력으로 가능성 의문 시각도, 정부 명령 전달
장상윤 사회수석, 협상 의제 오픈 발언···복지부 “2000명 수치 당위성 설명” 강조
미복귀 전공의 의견서 제출 25일 마감···의협 회장에 강성 인물 당선 시 총파업 가능성 ↑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현재 진행 중인 전공의 파업에 개원의가 동참할 가능성이 예고됐다. 일단 개원의들은 주 5일 근무 등 준법투쟁을 거론하는 단계다. 향후 개원의들 집단행동을 결정할 변수로는 정부의 전공의 처분과 의협 선거 결과가 꼽힌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최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 반대 입장을 밝히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주 40시간과 주 5일 근무 등 근무시간을 줄이는 ‘준법 투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개협이 구상하는 준법 투쟁은 현재로선 구체적 실행 방안이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개협 관계자 A씨는 “향후 주 40시간과 주 5일 근무 등을 시행하자는 의미”라며 “최근 개원가에서 적지 않게 나오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동네 병의원의 토요일 진료는 평일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에게 호응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당장 병의원이 주 40시간 진료를 시행하면 평일 야간이나 토요일 진료를 희망하는 환자들에게 불편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현재로선 개원가 휴진이나 준법투쟁이 가능할지 여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동네 병의원 다수가 토요일 진료하는 주 6일 근무를 시행하는 상황에서 준법투쟁이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단, 이번 전공의 파업과 함께 구조적 원인도 거론된다. 성형외과 의원을 경영하는 원장 B씨는 “MZ세대 간호조무사들이 면접을 보면 주 5일 근무제를 희망해 2명으로도 충분한데 3명을 고용한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로 의사 직업에 회의를 느끼는데 현재로선 토요일까지 나와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준법투쟁을 통해 노동 강도를 낮추고 직원들도 배려한다는 것이다.
피부과 의원 원장 C씨는 “단체 차원에서 개원의들에게 권고하면 예상보다 휴진에 참여하는 의사들이 많을 것”이라며 “파업하는 전공의들이 무언으로 ‘개원의 선배들은 뭐해요’라고 압박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공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응집력이 떨어지는 개원의들이 준법 투쟁을 공동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현재 정부가 구체적으로 관련 사안을 들여다보는 상황에서 대개협 차원의 추진이 쉽지 않다는 토로다. A씨는 “관련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후 바로 휴진을 방조하거나 교사하면 처벌하겠다는 명령서를 수령했다”며 “보건소에서도 공문이 와서 개원의 핸드폰 번호나 메일주소를 문의했다”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병의원이 평일 야간이나 휴일 진료 시 수가가 가산되는 규정도 개원의들 집단행동이 가능할지 판단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병의원들은 저수가로 인해 의료기관의 합리적 경영을 위해선 평일 야간이나 휴일 진료가 필수적 요소라고 강조해왔다. 정부는 개원의들이 집단휴진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행정 조치를 동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개원의도 전공의와 동일한 의료인이므로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 등을 발송, 집단휴진과 이로 인한 환자 피해를 막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앞서 대개협이 밝힌 대로 휴진을 방조하거나 교사하면 처벌하겠다는 명령서를 이미 발부한 것으로 파악된다.
의료계가 꾸준히 주장하는 2025년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수치 수정에 대해 정부는 18일 확고한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물밑으로 계속 소통하면서 연락하고 대화하고 있다”며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대화의 장을 열고 주제에 상관없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장 수석은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입장에서 1도 못 줄인다는 입장을 조금 접어야 대화의 장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그 의제에 대해서 저희는 오픈돼 있다”고 답변했다. 이같은 그의 언급은 의대 증원 규모로 결정한 2000명 수치를 두고 향후 의료계와 협상 과정에서 변화를 줄 가능성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복지부는 숫자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호원 복지부 대변인은 “장 수석 언급은 모든 걸 다 논의하겠다는 의미”라며 “2000명 수치의 당위성을 설명하겠다는 의도도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개원가의 경우 향후 준법투쟁이나 집단휴진을 넘어 총파업으로 연결될 지 여부는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의 조치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로부터 의사면허정지 행정처분 사전 통지서를 받은 전공의들이 업무개시명령 위반 사유를 담은 의견서를 제출해야 하는 기한은 오는 25일로 파악된다. 26일 이후 복지부는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면허정지 처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의료 현장에 복귀하는 전공의는 최대한 배려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데 26일 이후에는 원칙대로 행정처분을 강행할 가능성이 예고된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 D씨는 “그동안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집단행동을 유보한 것도 전공의에 대한 정부 조치 여부를 보기 위한 것이었다”라며 “26일 이후 전공의들이 실제 처분을 받게 되면 의협 차원의 움직임이 발생, 개원가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번 주 진행되는 차기 의협 회장 선거는 개원가까지 참여하는 총파업 가능성을 결정할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42대 의협 회장 투표가 진행돼 과반 득표자를 당선인으로 선출한다. 만약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다면 다득표자 2명을 두고 25일과 26일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복수의 의료계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출사표를 던진 5명 후보 중 강성으로 평가 받는 E씨가 1위를 달리고 있다. 핵심은 E씨가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어 회장으로 당선되느냐다.
만약 과반수를 얻지 못해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면 E씨가 다른 후보들 견제를 받아 결선 투표에서 탈락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 F씨는 “E씨가 만약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받아 회장으로 당선되면 강력한 카리스마로 대정부투쟁 선봉에 설 것”이라며 “전공의 처분 상황을 봐야겠지만 총선 전 4월 첫째주 하루를 잡아 집단휴진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개원가에서도 파업 동참 여부가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이르면 이번 주말 도출되는 의협 선거 결과와 다음주로 예상되는 정부의 전공의 조치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