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국 설비 신·증설로 韓 물량 외면
인도, 올해 경제성장률 6.7%···빠른 산업화에 석유화학도 동시 확대
금호석유, 인도 자동차 수요 증가에 합성고무 수출↑

LG화학 전남 여수 공장 모습. / 사진=LG화학
LG화학 전남 여수 공장 모습. / 사진=LG화학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중국에 이어 인도를 수출 타깃으로 설정했다. 중국처럼 인도 역시 빠른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산업의 쌀’로 꼽히는 에틸렌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인도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5.8%, 올해는 6.7%다. 빠른 경제성장이 진행됨에 따라 석유화학 시장도 함께 커질 전망이다. 인도투자진흥원은 현지 석유화학 시장규모가 지난해 1780억 달러(약 240조원), 내년에는 3000억 달러(약 400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대표 석유화학 기업들은 인도의 성장을 눈여겨보고, 수출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이 수혜를 입고 있다. 인도에서 최근 자동차와 2·3륜차 수요가 많아지면서 타이어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금호석유의 핵심 생산 제품은 타이어의 원료인 합성고무다.

중국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최대 석유화학 수출국이었다. 그러나 자국 설비의 신·증설로 한국 물량 사용을 줄이면서 우리 기업 제품은 판매처를 찾지 못해 창고에 재고로 쌓인 형편이다.

금호석유화학의 친환경 합성고무 등으로 생산된 금호타이어 제품. / 사진=금호타이어
금호석유화학의 친환경 합성고무 등으로 생산된 금호타이어 제품. / 사진=금호타이어

재고물량 감소 및 수출국 다변화를 위해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인플레이션 등 경제 불황으로 석유화학 제품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이 상황에 인도가 에틸렌 등이 필요한 대규모 산업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물량을 대거 수입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도의 GDP(국내총생산)는 아직 중국의 5분의 1 수준이지만, 중국 경제 성장 속도가 정체되면서 인도가 빠르게 추격하는 모양새”라며 “인도가 제2의 중국 시장으로 성장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실적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지난해 수출 비중을 보면 중국은 42%, 인도는 3%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해는 중국향 물량이 줄어드는 동시에 인도 수출량이 많아지면서 인도 비중이 10%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단, 일각에선 인도가 중국처럼 석유화학 설비를 빠르게 갖출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이 경우 자국 물량을 소비하기 위해 우리나라 등 해외 수입량을 줄일 공산이 크다.

이로 인해 일반 에틸렌 수출을 지속하면서 고마진 제품 개발·생산·판매로 경쟁국이 기술적으로 따라오지 못하는 상품을 수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인도가 한국 석유화학 기업의 수익성 개선을 이끌 시장이라는 것에 이견은 없지만 과거 중국에 의존했던 것처럼 한 국가에 판매량이 집중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판매 국가보다 고마진 제품 중심으로 판매 포트폴리오를 변화시켜 수익성 및 기업 체질을 개선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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