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중심 글로벌 석유화학 생산라인 가동률 회복세
“2022년 하반기가 최저점”···수익성 지표 에틸렌 스프레드도 상승 전환

롯데케미칼 전남 여수 NCC 전경. / 사진=롯데
롯데케미칼 전남 여수 NCC 전경. / 사진=롯데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글로벌 시황악화로 실적부진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석유화학업계에 조금씩 회복 조짐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미국 및 유럽 지역에 위치한 관련 기업들의 생산량 감소에 아시아 생산라인의 가동률이 상승하고 있어서다.

수익성 악화에 감산에 감산을 거듭해야 했던 국내 석유화학업체들도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시황 및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석유화학 생산라인의 2010~2019년 평균 가동률은 76%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2022년에는 65%까지 떨어졌다. 아시아 업체들의 경우 2010~2019년 가동률은 74%, 2022년에는 68%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가동률이 오름세로 전환됐다. 이 시기의 글로벌 평균 가동률은 73%로, 아시아 업체는 80%까지 올랐다. 아시아 업체의 높은 회복세에 글로벌 평균 가동률도 덩달아 상승한 셈이다.

아시아 지역 위주로 공장 가동률이 회복한 이유는 미국 및 유럽 업체의 생산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등을 원재료로 사용해 왔지만, 우크라이나와 전쟁이 시작된 후에는 수입을 제한하면서 생산라인의 정상 가동이 어려워진 상태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로 인해 유럽에 위치한 NCC(나프타분해설비)들의 지난해 가동률은 59%, 미국의 경우 66%에 불과했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및 아시아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가동률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시장 수요의 회복이 진행 중인 것으로 해석된다”며 “글로벌 시황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및 유럽 거점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아시아 지역에 글로벌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몰리는 추세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기업에도 일감이 몰려 가동률이 오르는 모습이다.

국내 4사의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LG화학 75.3% ▲롯데케미칼 80.1% ▲한화솔루션 72.1% ▲금호석유화학 64.7% 등이다. 하지만 4분기부터 수요가 많아지면서 기업별로 약 5%씩 가동률이 늘어났다는 것이 업계 측의 얘기다.

수익성 핵심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에서 나프타를 뺀 가격) 역시 오르고 있다. 이달 둘째주 기준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t)당 267달러로 전주(233달러) 대비 15% 상승했다. 여전히 손익분기점인 300달러를 밑돌고 있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넘어설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2022년 하반기를 저점으로 업황의 바닥 시기는 통과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유럽 업체 등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사업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국내 기업이 어느 정도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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