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2021년 이후 조선 3사 중 VLCC 첫 수주
유가, 운임 상승·노후선 교체 시기 맞물려···PCTC도 선가 상승세
HD한국조선해양 "건조 현장서 원하는 수준으로만 수주 나설 것"

HD현대중공업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모습. /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모습. / 사진=HD현대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그간 수익성이 낮다고 평가돼 조선 3사가 수주를 피해왔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과 자동차 운반선(PCTC) 물량이 다시 도크(선박 건조 부두)에 채워지고 있다.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노후선 폐선으로 이들 선박의 부족 현상이 심화하자 선박 가격이 지속 상승, 수익성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오세아니아 소재 선사와 3439억원 규모의 VLCC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선박은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건조해 2026년 12월까지 인도될 방침이다.

앞서 한화오션도 VLCC 2척 수주에 성공했다. 국내 조선소가 VLCC 수주를 따낸 건 약 3년 만이다. 척당 가격은 1715억원으로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의 최고가다. 회사 측은 고수익 제품 위주의 선별 수주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이들 선박은 거제사업장에서 건조돼 2026년 상·하반기에 1척씩 선주 측에 인도될 예정이다. 또 이번 수주는 추가로 계약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향후 추가 수주 가능성도 있다.

VLCC 4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 사진=한화오션
VLCC 4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 사진=한화오션

◇ 조선 3사 “가격만 맞으면 VLCC도 선별수주”

“선종이 문제가 아니다. 선가가 문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최근 수주한 VLCC 선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VLCC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나 친환경 선박으로 분류되는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등 고부가 선종에 비해 수주 매력이 떨어졌지만, 이제는 ‘가격만 맞으면 선별 수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간 VLCC는 시황이 좋지 않아 중국 조선사의 저가 수주 경쟁이 치열했던 선종으로 분류됐다. 3~4년 치 일감을 확보해 둔 조선 3사 입장에선 중국과 가격 경쟁에 나설 이유가 없어 그간 VLCC 수주전에 나서지 않았다.

분위기가 바뀐 건 유가·운임 상승세와 유조선 교체 시기가 맞아떨어지면서 시황이 살아나고 있어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무력충돌로 수에즈 운하가 봉쇄되면서 운임 역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한화오션은 VLCC 수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선가는 2021년 이후 3년 동안 40% 이상 올랐다. 글로벌 VLCC 발주도 지난 2020년 3척에서 지난해 18척으로 급증했다. 현재 글로벌 VLCC 수주 잔량도 23척 뿐이다.

PCTC 용선료 추이.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PCTC 용선료 추이.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中 저가 경쟁 피한다···'원유·자동차 운반선 수주' 일시적 현상?

최근에는 국내 조선소가 자동차 등을 운반하는 PCTC를 수주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달 27일 중동 소재 선사로부터 PCTC 2척을 3563억원에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PCTC는 VLCC보다 건조 과정서 많은 인력이 필요해 수익성이 더 낮은 선종으로 평가된다. 다만 글로벌 해양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노후선 교체 수요가 커지면서 해당 선종 용선료가 크게 뛰었다. 선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그간 VLCC를 비롯해 PCTC는 ‘비인기 선종’으로 분류됐지만, 선가가 오르자 조선 3사가 수주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조선 3사가 해당 선종을 지속적으로 수주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중국의 저가 수주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 데다 조선 3사가 VLAC, 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종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6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VLCC 수요는 앞으로 굉장히 견조할 것으로 보이나 중국이 제시하는 선가를 우리가 맞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건조 현장에서 원하는 수준으로만 수주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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