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메탄올 추진선, 올해는 암모니아 운반선 싹쓸이
도크 꽉 찬 조선 3사, 수익성 위해 '작고 비싼' 배 수주
초격차 유지 위한 관련 기술 개발 지속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해까지 발주 물량 과반 이상을 싹쓸이했던 메탄올 추진선 대신 작은 선형인 암모니아 운반선(VLAC) 수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약 4년 치 일감을 쌓아둔 조선업계가 도크 부담 때문에 작은 선형임에도 고부가가치인 선박 수주에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한 총 38척 가운데 비교적 선형이 작은 LPG·암모니아운반선을 15척 수주했다. 이는 올해 전체 수주한 선박의 39%에 달한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각각 VLAC 2척을 수주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국내 조선업계의 VLAC 수주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총 21척의 VLAC 발주가 쏟아졌는데, 조선 3사는 총 15척을 수주해 71.4%의 점유율을 보였다. HD한국조선해양이 8척으로 가장 앞섰고 한화오션(5척), 삼성중공업(2척)이 뒤를 이었다.
반면 메탄올 추진선 수주 소식은 한 건도 들려오지 않고 있다. 올해 발주된 18척의 메탄올 추진선의 선종은 주로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14척)이었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VLAC는 지난해 많은 발주가 이뤄진 ‘메탄올 추진선’에 비해 선박이 작다는 특징이 있다. 3~4년 치 일감이 쌓인 조선업계가 도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초대형 선박 대신 비싸면서도 작은 선박 수주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올 초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수주 공시를 살펴보면 VLAC의 척당 가격은 1600억원으로 높은 선가를 형성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VLAC는 수소 사회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선주들의 수요가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암모니아는 액화수소와 달리 상온에서 비교적 쉽게 액체상태로 저장할 수 있고 단위 부피당 약 1.7배의 수소를 더 저장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덕에 대량 운송에 쉬워 효과적인 수소 해상 운송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암모니아를 운반만 하는 것이 아닌 암모니아를 주 연료로 활용한 선박 발주까지 늘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 시장 선점에 나선 조선 3사의 실적 역시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넓은 건조 공간을 차지하지만, 선가가 비교적 낮은 컨테이너선 수주는 지난해부터 줄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부터는 조선 3사의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선별 수주가 더욱 본격화됐다고 분석된다. 컨테이너선 시장은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한 중국이 집중하는 분야다.
조선업계는 기술 투자에 집중하며 맹추격 중인 중국 조선업계와 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HD현대는 2025년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를, 한화오션은 100% 암모니아만으로 가동하는 무탄소 기술을 적용한 가스터빈 개발을 추진 중이다. 삼성중공업도 오는 2025년까지 암모니아 추진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건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