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으로 확전 움직임에 국제유가 ‘꿈틀’
韓 조선소, 3년치 일감 가득···“유조선 건조 당분간 어렵다”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중동 전쟁의 확전 우려 속에 국제유가가 90달러에 육박하는 등 원유 시장이 불안정하다. 해운업계가 석유 가격 폭등에 대비해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발주량을 늘리고 있어 조선업계에는 불안한 국제정세가 되레 ‘호재’가 될 전망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은 유가급등의 불씨가 됐다.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장악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가자지구에 대해 대대적인 공습을 단행해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자, 이란 등 주변국들은 참전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불씨가 중동 전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확전 우려에 국제유가는 19일(현지시간) 상승 마감했다. 같은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1.05달러(1.19%) 오른 배럴당 89.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9월 29일의 90.79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브렌트유 선물도 88센트(1%) 오른 92.38달러에 마감됐다.
아울러 해운업계의 선박 운영비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전쟁으로 아시아와 유럽으로 원유 등은 운송하는 수에즈운하가 마비될 수 있어서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참전한다면 현지에서 세계 각지로 옮겨지는 원유 공급에 빨간 불이 켜진다. 해상 이동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동시에 중동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원유를 공급받아야해 더욱 긴 거리를 운항할 수 있는 선박이 필요해진다.
변용진 DGB금융그룹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VLCC에 대한 운임 상승은 기정사실”이라며 “신규 VLCC 물량에 대한 수요도 내년 상반기부터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단, 국내 조선업계는 VLCC 발주량이 늘어나도, 현재 LNG선을 중심으로 3년치 일감이 가득한 상황이어서 신규 계약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전쟁 우려 속 VLCC 신규 계약을 위한 선주사들의 문의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당장 선박 건조에 돌입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