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SEC, '현물 ETF 재검토' 항소 안하기로···'호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비트코인이 이번 주(8~14일) 다시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2만7000달러(약 3659만원) 선이 붕괴됐다. 최근 중동 전쟁이 격화되고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여파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미국 규제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반려 결정을 재검토하라는 법원 판결에 항소하지 않기록 방침을 정한 점은 향후 반등을 이끌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4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비트코인은 2만6919달러(약 3648만원)로 1주일 전과 비교해서 3.57% 크게 하락했다. 지난 주말 2만8000달러에 육박하던 비트코인은 10일부터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12일 2만7000달러 선이 무너지더니 2만6620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후 소폭 올라 2만7000달러 부근에서 거래됐다.
이번 주 비트코인이 부진한 이유는 중동전쟁이 격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전 세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산되면 국제유가의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다. 덱스터리티 캐피털의 창립 파트너 마이클 사파이는 "작년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처음 터졌을 때와 비슷한 양상"이라며 "해답보다 의문이 더 많으면 투자자들은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동전쟁이 하락세에 큰 영향을 끼지치 않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중동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도 국제 유가는 오히려 하락했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48달러(2.88%) 하락한 배럴당 83.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운용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트코인을 대량 매도로 가격이 하락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인투더블록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이번 주에 2만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미국 CPI지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점도 비트코인 부진에 영향을 끼쳤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9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7%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의 전년 동기 대비 3.6% 상승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날 미 증시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5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62%, 4349.61로, 나스닥종합지수는 0.63% 각각 내렸다.
다만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반려 결정을 재검토하라는 법원 판결에 항소하지 않기로 한 점은 호재란 평가다.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가 신청한 비트코인 ETF의 상장 여부를 재심사하라는 판결에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항소할 계획이 없다고 보도했다.
지난 2021년 그레이스케일은 자사가 운용하는 비트코인 펀드(GBTC)를 ETF로 전환하겠다며 SEC에 상장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SEC는 지난해 6월 이를 반려했고, 그레이스케일은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을 맡은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8월 SEC에 그레이스케일이 신청한 비트코인 ETF의 상장 여부를 재심사하라고 판결했다. 이미 선물 ETF의 상장은 승인해준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는 상장은 반려한 판단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SEC가 항소하지 않으면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현물 ETF이 상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14일 오전 5시 2만6800달러를 기록하던 비트코인은 순간 2만7000달러까지 약 1% 상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