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적자폭 줄였지만 지난해도 영업손실 기록
한앤코 최대주주 됐지만···경영진 교체 어려움 잇따라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남양유업 최대주주가 한앤컴퍼니(한앤코)로 변경되면서 60여년 만에 오너 경영이 막을 내렸다. 한앤코는 전문경영인을 선임해 경영정상화를 준비하는 동시에 사명 변경까지 고려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점유율 확보와 적자 개선이 과제가 남았다.

28일 남양유업은 지난해 매출 9968억원, 영업손실 54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1년 사이 적자 폭은 감소했지만, 지난해도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4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게 됐다.

남양유업 실적 및 재무 현황. / 자료=남양유업, 표=김은실 디자이너
남양유업 실적 및 재무 현황. / 자료=남양유업, 표=김은실 디자이너

유통업계에선 남양유업이 한앤코로 주인이 바뀌면서 올해 공격적으로 경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한앤코가 앞서 웅진식품을 인수하고 기업가치를 높인 선례가 있어, 남양유업에 막대한 자금을 수혈해 경쟁력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가격 인상과 원가 절감 활동 강화로 적자 폭이 감소했으며, 지난해부터 적자 폭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유업계 화두는 ‘우유·분유 대체품 찾기’다. 인구 감소로 우유와 분유 소비가 예년 대비 크게 줄면서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우유 소매점 매출은 2조4651억6300만원에서 지난해 2조1531억5600만원으로 소폭 줄었다. 분유 감소 폭은 더 눈에 띈다. 같은 기간 분유 소매점 매출은 869억700만원에서 520억2600만원으로 급감했다.

대표적인 유업체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서울우유 등은 신성장동력 찾기에 한창이다. 특히 남양유업은 단백질 음료 및 대체우유·건강기능식품 제품 출시와 함께 해외시장 진출 확대를 준비 중이다. 대체 우유로는 100% 캘리포니아산 리얼 아몬드를 담은 ‘아몬드데이’를 출시했다.

한앤코는 남양유업의 포트폴리오 개선으로  일명 ‘뉴 남양유업’ 만들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앤코는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고 성장시킨 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바이아웃(경영권 거래)’ 형태의 사모펀드다.

앞서 한앤코는 2013년 웅진식품을 인수했다. 당시 웅진식품은 적자 기업이었으나, 한앤코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하면서 인수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또 한앤코는 웅진식품의 기업 가치를 높여 5년 만에 인수 가격의 3배 가까운 금액으로 매각한 이력이 있다. 한앤코가 남양유업 사명 변경으로 변화를 주고, 웅진식품 사례처럼 남양유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2021년 5월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눈물을 닦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2021년 5월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눈물을 닦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다만 한앤코는 남양유업 경영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한앤코는 오는 3월 열리는 남양유업 정기주주총회에서 홍 회장이 한앤코에 권한을 위임하는 경영진 교체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홍 회장이 정기주총 권한위임 조건으로 고문 선임 등을 요구하면서, 경영진 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앤코는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남양유업 정기주총서 자신들이 제안한 의안을 상정하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한앤코가 제안한 안건은 윤여을 한앤코 회장과 배민규 한앤코 부사장을 남양유업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 등이다.

앞서 한앤코는 홍원식 회장 일가와 2년 여의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다. 지난 1월 초 법원은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홍 회장 측은 법원 판결 후에도 주식 양도를 미뤘고, 1월31일에서야 주식을 양도했다.

문제는 남양유업의 경영정상화다. 오는 3월 예정된 남양유업 정기주총은 지난해 연말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주주총회를 소집해 한앤코에게 최대주주 권한은 없다. 현재 홍 회장이 지분 5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또 홍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3월26일까지다. 이번 정기주총에서 홍 회장이 사퇴하지 않고 연임하게 되면, 차기 주총서 해임되기 전까지 홍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갈 수 있다. 이 경우 한앤코가 남양유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현재로선 법원의 주주총회소집 허가에 대한 심문기일은 내달 27일로 예정돼 있다. 법원이 한앤코가 신청한 정기주총 개최 안건을 인용하더라도 4월에나 정기주총을 열 수 있다.

남양유업은 임시주총 및 정기주총 개최 일자를 확정하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