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대다수가 외자녀···학원비 등 부담에 둘째 못 낳아”
”수도권 집중이 주거 불안 원인···집값은 가계부채와 직결“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15년차 공무원 나민준(가명·37)씨의 세 자녀. / 사진=시사저널e
15년차 공무원 나민준(가명·37)씨의 세 자녀. / 사진=시사저널e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미혼이나 신혼부부보다 자녀가 있는 가정이 둘째나 셋째를 낳을 확률이 높다고 본다.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상대적으로 적고 양육의 기쁨을 느꼈기 때문이다. 출산지원금보다 양육지원금을 늘려야 하는 이유다.”

최근 셋째 딸을 얻은 나민준(가명·37)씨는 늘어난 가계 부담을 털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15년차 공무원인 나씨의 월 실수령액은 각종 수당을 더해 500여만원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거주비와 생활비를 제하면 저축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한 첫째의 교육비가 앞으로 늘어날 것 같아 가장 큰 걱정이다.

나씨는 최근 정부나 정치권의 출산율 정책은 앞으로 태어날 아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태어난 첫째의 양육지원금을 늘려 가계의 부담이 줄어야 둘째나 셋째를 낳는 부부가 많아질 것이라는 게 나씨의 설명이다.

최근 경제 공부에 빠져있다는 나씨는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부동산 상승을 제어해야 주거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는 소신도 밝혔다.

Q. 저출산 시대에 세 자녀의 아빠가 됐다. 여러 혜택이 있었을 것 같은데

“경기도 구리시의 출산지원금(축하금) 200만 원 외에 큰 기억이 없다. 인사발령으로 현재는 남양주로 이사했는데, 이곳의 축하금은 100만원이더라. 첫째와 둘째는 각각 10만원과 20만원을 받았다. 지자체별로 지원금이 제각각이다. 예산에 따라 달리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가 보편적 지원을 하겠다는데, 지자체별 형평성 문제부터 정리해야 할 것 같다.”

Q. 셋째 출산으로 경제적 부담이 클 것 같다

“출산은 축복이다. 아이는 너무 예쁘고 가정의 분위기도 밝아진다. 양육을 하다 보면 둘째, 셋째를 갖고 싶어진다.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 한 명 양육하는데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상당수 가정이 외자녀에 그치는 이유인 것 같다.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을 보면 10명 중 8명은 외자녀 가정이다. 아내가 셋째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들어갔을 때 15명 중 아내를 제외한 14명이 첫째 출산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둘째를 낳을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너무 앞으로 태어날 아이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본다. 이미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사람은 거의 지원이 없다.

Q. 출산지원보다 양육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우리 집은 초등학교 1학년인 첫째가 오후 1시 30분이면 하교한다. 이후엔 어떡하나. 대부분 가정은 학원을 보낸다. 2~3개는 기본이다. 학원비를 저렴하게 15만~20만 원을 잡더라도 월 45만~60만원이다. 하지만 이 시기 양육수당이나 아동수당 등 정부 지원은 끊기거나 없다시피 한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돈이 더 들어간다. 51개월 된 둘째도 오후 4시까지 어린이집에 다닌다. 앞으로 더 걱정이다. 학원비만 문제인가. 갓 태어난 막내를 제외하고 4인 가족이 간단한 외식을 하면 10만원은 기본이다. 공과금과 통신요금 등등을 제외하면 외벌이로는 아이 하나 기르기 어렵다.”

Q. 정부가 2006년부터 저출산 대책에만 380조원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체감되는 사업은 없었다. 상당액이 간접 지원 사원에 들어갔다고 한다. ‘차라리 각 가정에 현금을 지급하라’는 비판적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솔직하게 말해서 첫째 아이 학원비라도 정부에서 지원해야 둘째, 셋째를 낳을 여력이 생기지 않겠나?”

Q. 출산이 부담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나

“주거 불안 역시 큰 고민거리다. 임금 상승이 주택가격 상승을 따라가지 못한다. 물가는 너무 올라 실질소득은 마이너스다. 인구감소에 따라 장기적으로 집값은 안정화되겠지만, 당장은 세대수가 늘어나고 있고 수도권 집중화까지 겹치면서 저축한 임금만으로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다. 이건 맞벌이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집값은 가계부채와 직결된다. 서울 집값이 얼마인가. 외곽 저렴한 아파트를 보더라도 6억원 이상이다. 절반인 3억원을 대출받을 경우 이자와 원리금을 합하면 월 200만원이 지출된다. 직장인 평균 임금으로 양육까지 가능한 금액인가 반문하고 싶다”

Q. 수도권 집중이 문제라는 건가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를 찾아 읽어본 적이 있다. 저출산을 경제적 요인 외에도 사회·문화적 요인, 정책·제도적 요인으로 분류해 분석했더라. 결론만 보면 가장 효과적인 정책 시나리오는 ‘도시인구집중도 해소’였다. 상당히 공감한다. 수도권인 경기도만 보더라도 일자리가 뭐가 있나. 경기 남부는 그나마 기업들이 있지만 경기 북부는 어떤가. 일자리는 인구 유입과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나는 이 같은 관점에서 행정수도를 세종으로 이전한 것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정부 기관 외에도 법인세 혜택 등을 통해 민간 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수도권 집중을 해소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 중 일부. 우리나라의 출산 여건이 모두 OECD 34개국 평균 수준으로 개선될 경우 합계출산율이 0.85 만큼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 변화가 가장 큰 시나리오는 도시인구집중도 해소였다.  / 표=한국은행 경제전망보고서.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 중 일부. 우리나라의 출산 여건이 모두 OECD 34개국 평균 수준으로 개선될 경우 합계출산율이 0.85 만큼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 변화가 가장 큰 시나리오는 도시인구집중도 해소였다.  / 표=한국은행 경제전망보고서.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