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석유화학 업황 부진 전망
롯데케미칼파키스탄리미티드(LCPL) 매각 백지화
롯데건설 자금조달에 신용보강 나서···회사채 발행 계획 연기

롯데케미칼 전남 여수 공장 전경. / 사진=롯데
롯데케미칼 전남 여수 공장 전경. / 사진=롯데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석유화학 업계가 불황 속에서 한계 사업을 정리하고 신사업에 투자하는 등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펼치는 가운데 롯데케미칼은 체질개선을 위한 자금 조달이 순탄치 않은 모양새다. 지난달 파키스탄 법인(롯데케미칼 파키스탄) 매각이 무산된 데 이어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여파로 롯데건설의 자금난 우려가 불거지면서 회사채 발행 계획도 없던 일로 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약 3조원의 올해 자본적지출(CAPAX) 규모 집행 여부에 대해 재검토를 추진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앞서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때 올해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사업(약 1조원)을 비롯해 3조원의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했지만, 지난달 열린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집행 계획에 대해 “투자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업계는 롯데케미칼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영업을 통한 현금창출 여력이 감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본업인 석유화학 시장 부진이 지속하면서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의 증설로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고유가로 인한 높은 원가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2023년 4분기 영업이익은 -256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적자전환할 것”이라며 “기초소재부문 영업이익은 -1546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적자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투자 재원 마련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파키스탄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자회사 롯데케미칼파키스탄리미티드(LCPL) 매각이 백지화되면서다. 

지난 2009년 147억원에 인수한 LCPL 지분 75.01%에 대한 몸값은 파키스탄 화학회사 럭키코어가 1924억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10배 이상 뛰었다. 그러나 럭키코어는 파키스탄 정치·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주식매매 계약 종결 기한인 지난달 11일까지 주식 공개매수를 하지 않았다.

올 초 회사채로 최대 40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무산됐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보강 형태로 롯데건설 회사채 발행을 우선하기로 하면서 롯데케미칼 공모채 발행 일정은 무기한 연기됐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의 지분 4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파키스탄 법인 매각과 함께 올해 총 6000억원의 유동성 확보 기회가 날아간 것이다.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고부가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자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고 신사업에 투자하겠다는 롯데케미칼의 체질개선 작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계사업 정리와 신사업 강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수소 부문에선 이미 투자 계획을 대폭 삭감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2년 “2030년까지 수소 사업에 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때는 기존 대비 절반 수준인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수소 생산 목표도 연 120만톤(t)에서 60만t으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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