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대차·기아 영업이익 26조7000억원 달성···영업이익률 두 자릿수 넘겨
친환경차·SUV 등 고수익 차종 확대···올해 하이브리드 비중 10%대 목표

현대차 양재사옥. /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 사진=현대차그룹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내면서 새 역사를 썼다. 양사 통합 영업이익이 27조원에 육박하며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내 상장사 중 영업이익 1, 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등 고수익 모델이 늘어나면서 수익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 것으로 보인다. 질적 성장 뿐 아니라 양적 성장도 함께 이뤘다. 판매량의 경우 미국과 유럽 등에서 역대급을 달성했으며, 글로벌로 보더라도 전세계 완성차 중 3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25일 현대차와 기아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2023년 연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진행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 15조1269억원으로 전년대비 54% 늘었고, 기아는 11조6079억원으로 전년대비 60.5% 증가했다. 양사 모두 창립 이후 최대 영업이익이며, 총합은 26조7348억원으로 전년대비 56.7% 늘었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022년 각각 영업이익 9조원, 7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1년만에 50% 이상 늘어나며 곧바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매출도 역대 가장 높다. 지난해 현대차 매출은 162조6636억원으로 전년대비 14.4% 늘었고, 기아는 99조8084억원으로 전년대비 15.3% 증가했다. 총합 매출은 262조4720억원이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10.1%를 달성해 글로벌 완성차기업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테슬라(8.2%)보다 높은 수치다.

판매량은 현대차가 421만여대, 기아가 309만여대로 양사 총 730만여대를 달성했다. 글로벌 시장으로 보면 토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3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하이브리드로 속도 올리고 전기차로 풀가속

현대차·기아는 올해에도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에 가속도를 붙이겠다는 전략이다. 단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성장하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로 전환하며 친환경차 비중을 대폭 키울 방침이다.

지난해 현대차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37만3941대, 전기차는 26만8785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아 하이브리드는 30만6000여대, 전기차는 18만2000여대다. 이는 전체 판매량으로 보면 현대차의 경우 하이브리드 비중은 8.9%, 전기차는 6.4%이며, 기아는 하이브리드 9.9%, 전기차 5.9%다.

우선 올해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위주로 친환경차 시장서 점유율을 키워가겠다는 전략이다.

구자용 현대차 재경본부 전무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하이브리드 수요는 계속 올라가고 있으며 올해는 48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이는 전체 매출의 1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내 하이브리드 점유율은 지난해 18%에서 올해는 2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신형 싼타페. / 사진=현대차
신형 싼타페. / 사진=현대차

기아는 지난해 말 출시한 카니발 하이브리드를 비롯해 올해 셀토스 하이브리드를 내놓으며 하이브리드 판매를 높일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성장에 집중한다.

구자용 전무는 “전기차 시장이 다소 둔화되고 있지만, 지난해 CEO인베스터데이에서 밝혔듯이 2030년까지 200만대 전기차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올해 전기차 판매량 전망치는 전년대비 12% 증가한 30만대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전체 차량 매출 중 전기차 34%, 하이브리드 15% 등 친환경차 비중을 50% 달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아는 올해 EV3를 내놓으며 전기차 대중화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

주우정 기아 부사장은 “EV3를 6월부터 내놓고 EV4, EV5 등 주력 차종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것”이라며 “앞으로 판매나 수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EV는 중장기적으로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며, 이 3개 차종은 무조건 성공 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V3. / 사진=기아
EV3. / 사진=기아

◇ 美·EU 시장 지배력 확대에 신 시장 발굴까지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배경에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상품 경쟁력을 인정받은 효과가 크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165만대를 판매하며 전년대비 12.1% 성장, 미국 시장 진출 이후 가장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현대차·기아 미국 판매량이 150만대를 넘어선 것은 작년이 사상 처음이며, 이에 따라 스텔란티스를 누르고 토요타, 제너럴모터스, 포드에 이어 미국내 판매 4위를 달성했다.

유럽에서도 양사는 지난해 110만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시장 점유율은 8.6%로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르노그룹에 이어 4위다.

현대차그룹은 북미와 유럽 시장 특성에 맞는 전략형 모델을 내놓으며 성공했다. SUV를 선호하는 북미에선 텔루라이드와 투싼, 스포티지 등을 앞세워 레저용차량(RV) 비중이 73%에 달했다.

작고 실용성이 높은 차를 선호하는 유럽에서는 준중형 해치백 씨드와 투싼, 스포티지, 코나 등이 인기를 끌며 성장을 견인했다.

/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북미와 유럽 외에 신흥 시장 발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해 현대차와 기아 모두 힘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인도 판매량은 60만5000대, 기아는 25만5000대로 역대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기아는 작년 하반기 셀토스 신형과 올해 쏘넷 신형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인도 시장 판매를 한단계 더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 올해도 영업이익률 10%대 목표···1300원대 환율 긍정적 요소

현대차그룹은 올해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기아는 올해 목표량을 전년보다 크게 상향 설정했다. 판매량의 경우 지난해 대비 3.6% 증가한 320만대(도매 기준), 영업이익은 3.4% 증가한 1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액은 1.3% 증가한 101조 1000억원, 영업이익률은 11.9%를 달성하겠다고 사업계획을 제시했다.

현대차는 올해 판매량이 전년대비 전년대비 소폭 증가한 424만대를 달성하겠으나 매출액 성장률은 최대 5%, 영업이익률은 9%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4년 현대차 연간 가이던스. / 사진=현대차
2024년 현대차 연간 가이던스. / 사진=현대차

수출 중심인 현대차·기아 입장에선 최근 원달러환율이 강세인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역대급 실적을 낸 배경에도 높은 환율이 꼽힌다. 4분기 들어 주춤하긴 했으나, 지난해 원달러평균환율은 1305.41원에 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초 올해 환율을 1270원으로 예측해 사업 계획을 세웠는데 현재 환율이 132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1330원까지 간 상황이라 우호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라며 “이런 상황들이 계속된다면 가이던스는 충분히 달성하고 좀 더 노력하면 초과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 “원가 절감 활동을 통해 재료비를 절감했고, 배터리 셀 소재 가격이 많이 올라갔다가 지금 떨어지는 추세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