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토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성장세 뚜렷한 차급에 집중
고물가·고금리에 소비 심리 위축된 가운데 소형차로 활로 모색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최근 큰 차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 왔지만, 올해는 소형차급 위주로 신차 라인업을 강화한다. 최근 소형차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신차를 출시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는 캐스퍼 전기차인 ‘캐스퍼 EV’를, 기아는 소형 전기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3’와 소형 SUV ‘셀토스 하이브리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캐스퍼. / 사진=현대차
캐스퍼. / 사진=현대차

앞서 캐스퍼는 지난 2021년 출시 이후 침체된 경차 시장을 이끈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자동차 시장 조사업체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경차 판매는 9만6842대에서 캐스퍼 판매가 본격화된 2022년에는 13만4294대로 전년대비 38.6% 증가했다.

캐스퍼 EV 사양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앞서 출시한 레이 EV처럼 내연기관 바탕의 전기차 구성에 LFP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 EV가 1회 충전시 주행거리를 200㎞넘기면서 전기 소형차의 짦은 주행거리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아 흥행한 만큼 캐스퍼 EV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또한 내연기관 소형차의 경우 낮은 출력과 토크가 문제가 되는데, 전기차의 경우 출력과 토크가 높아 이 부분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레이 EV의 경우 가솔린 대비 출력과 토크가 각각 15%, 55% 향상된 바 있다.

기아도 올해 소형 전기차 EV3를 오는 6월 출시할 계획이다.

EV3는 기아는 물론 현대차그룹 전기차 대중화의 선봉장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상 처음으로 신년회를 현대차가 아닌 기아 광명 2공장에서 한 것도 EV3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광명2 공장에선 EV3와 EV4를 생산한다.

EV3는 국내에서 첫 출시되는 현대차그룹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 기반 소형 전기차다. 가격대의 경우 전기차 보조금 지원 시 3000만원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EV3. / 사진=기아
EV3. / 사진=기아

이에 따라 기아는 올해 전기차 판매 목표를 전년대비 50% 이상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기아 전기차 판매량이 18만2000대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27만대 이상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지난 25일 열린 2023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EV3와 EV4는 모두 글로벌 판매 20만대 수준의 볼륨급 모델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더불어 기아는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셀토스 하이브리드도 출시한다고 밝혔다. 셀토스는 지난해 내수에서 5만837대를 판매하며 소형 SUV 중에선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기아 레저용차량(RV) 중에서도 쏘렌토, 카니발, 스포티지 다음으로 많이 팔린 셈이다.

하이브리드의 경우 최근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차급으로 지난해엔 디젤차를 처음으로 제치고 가솔린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30만9164대로 전년대비 46.3% 늘었으며, 디젤차(30만8708대를)를 추월했다.

셀토스 하이브리드는 국내 소형차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차량에 하이브리드 엔진이 더해지면서 올해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 차량 가격 상승에 전반적으로 체급 커지며 소형차 경쟁력 올라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부진했던 소형차 시장 챙기기에 나선 것은 상대적으로 하락했던 소형차 경쟁력이 다시 반등했기 때문이다.

우선 최근 차량 가격 상승이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의 차량 구매 문턱이 올라간 가운데 소형차를 통해 다시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실질 임금 감소와 할부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담 등으로 판매 여건이 악화되며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차량 가격 지수(SUV 기준)는 2020년 소비자 물가 지수 100을 기준으로 봤을 때 2021년엔 102.0, 2022년 106.4, 2023년 3분기에는 110.5로 계속 상승했다.

이에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저렴한 소형차를 중심으로 신차 라인업을 강화해 판매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한 국내 소형차 시장이 최근 주춤하지만 지난 2019년 연간 20만대 수준까지 간 적이 있을 만큼 신차만 받쳐준다면 성장 가능성도 충분하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최근 완성차 기업들이 신형을 내놓을 때마다 차체가 갈수록 커지면서 현재 소형차가 과거 준중형급 크기로 커진 만큼, 과거와 달리 소형차 크기에 대한 우려도 크지 않다.

현재 셀토스 제원을 살펴보면 전장 4390㎜, 전폭 1800㎜, 휠베이스(축거) 2630㎜인데, 이는 10년 전 준중형 SUV 스포티지(4440x1855x2640㎜)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경우 이미 소형차도 가격대가 오를 만큼 오른데다, 소형차급에도 첨단 편의사양을 대부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 등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가격 상승으로 아예 차 구매를 포기하거나 공유차로 넘어가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소형차들의 경우 구매 문턱을 낮춰 이들 수요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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