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9 최고 850만원 할인, 나머지 EV에 4%대 할부금리
올해 신규EV 2종 출시, 론칭 성공 위한 입지 구축 필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세번째)과 송호성 기아 사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3일 경기 광명시에 위치한 기아 공장 오토랜드 광명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세번째)과 송호성 기아 사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3일 경기 광명시에 위치한 기아 공장 오토랜드 광명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송호성 사장은 이날 현장에서 열린 신년회에 참석해, 기아가 전동화 대중화를 선도하는 중추적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기아가 새해에 밝힌 목표 ‘전동화 차량 대중화 선도’를 달성하기 위한 첫 전략으로 대폭 할인 공세를 취했다. 올해 경제형 전기차(BEV)를 새롭게 출시하기 앞서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브랜드 입지를 선제적으로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4일 기아에 따르면 이달 한 달 간 EV9을 비롯한 전기차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이 일환으로, 지난해 5~7월 기간 양산된 EV9을 이달 구매하는 고객 중 전기차 구매 보조금 공모가 마감된 지역에 거주 중인 고객에게 최고 850만원의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해당 기간 출고된 EV9은 8520대다. 기아는 해당 프로모션의 취지를 ‘전기차 보급 확대’로 소개하고 있다. 이달 EV9 출고 고객은 최장 7년(84개월)의 장기 할부상품도 이용 가능하다.

EV9. / 사진=기아 
기아의 대형 전기차 EV9. / 사진=기아 

또한 기아는 현대카드의 M 계열 카드로 찻값의 10% 이상 액수를 선결제하고 할부를 이용하는 승용 전기차 고객에게 최저 4.7%(고정금리형, 36개월)의 금리를 적용한다. 하이브리드차, 내연기관차 고객이 같은 조건에서 할부금리 5.4%를 적용받는 것에 비해 큰 혜택이다.

기아의 이달 전기차 현금할인 규모는 지난달 정부 주도의 전기차 프로모션 행사 ‘EV 세일 페스타’가 진행되던 때보다 줄었다. 다만 현대차가 이달 전기차 관련 프로모션을 일절 진행하지 않는 것에 비해 대조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기아가 고금리 기조 속 고객의 할부 부담을 경감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현대자동차, 기아의 국내 전기차(BEV) 판매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올해 EV3·EV4 출시 앞서 시장입지 다지는 중

다만. 기아가 이미 현대차와 함께 내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격적인 할인 공세를 펼치는 것은 의아하다는 관측이다. 양사는 지난해 현대차 6만592대, 기아 5만1319대씩 11만1911대의 승용 전기차를 판매해 전체 전기차 시장(16만2593대, 버스 포함)의 70% 비중을 차지했다. 양사는 내연기관차를 기반으로 만든 코나 일렉트릭, 니로EV 등 모델 뿐 아니라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만든 아이오닉·EV 시리즈로 국산 전기차 붐을 이끌었다.

최근 기아가 전기차를 공격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올해 전기차 신모델을 출시하기 앞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기아는 올해 상·하반기에 순차적으로 EV3, EV4를 출시할 계획이다.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된 후속 모델로 니로, 셀토스와 동등한 수준의 제원에 더욱 발전된 사양 구성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두 소형 전기차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판매하며 전기차를 더욱 확산시킨다는 포부다. 최근 고금리, 고물가 기조로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고 저가형 전기차에 대한 시장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두 모델을 앞세운다는 전략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전날 경기 광명 소재 기아 공장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신년회에 참석해 “오토랜드 광명 전기차 전용 공장은 기아의 대표적인 볼륨 모델인 EV3와 EV4를 연간 15만대 생산해 전동화 대중화를 선도하는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가 지난해 10월 12일 경기도 여주에서 EV데이를 열고 EV3, EV4, EV5를 공개했다. / 사진=박성수 기자
기아가 지난해 10월 12일 경기도 여주에서 EV데이를 열고 EV3, EV4, EV5를 공개했다. / 사진=박성수 기자

◇기존 차량 잘 팔리는게 후속 신차 안착에 유리

기아가 신차의 성공적 론칭을 위해 기존 모델의 판매 호조를 이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보라는 관측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아이오닉5와 EV6를 처음 출시해 흥행시키기 전,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EV로 국내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선제 확보했다. 기존 모델의 인기로 전기차의 상품성을 인정받은 덕분에, 전에 없던 E-GMP 기반 차량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기아가 현재 판매중인 전기차의 보급대수를 늘리려는 것도 같은 맥락의 전략으로 읽힌다.

한편 기아의 공격적인 프로모션 전략에는, 현대차보다 앞장서 새로운 차급의 전기차를 내놓고 시장에 안착시켜야 하는 부담이 읽힌다는 관측이다. EV9에 적용한 파격적 구매혜택도 ‘국산차 최초의 대형 전기 SUV’인 EV9의 금 간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6월 출시된 EV9은 타사에서 찾을 수 없는 7000만원대 대형 전기차로 각광받았지만, 시동꺼짐 문제 등 품질 이슈에 휘말려 판매 추이가 주춤했다. 기아가 이를 바로잡는 것이 후속 모델 성공의 초석이라는 관측이다.

기아는 올해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며 이윤 증대, 시장 위상 제고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방침이다.

기아 관계자는 “올해 (EV3, EV4 등) 경제형 전기차 출시 등을 통해 고객 가치와 수익성을 높이고 전동화 선도 브랜드의 위상을 공고히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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