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도 3년 연속 최고치 갈아치워, 우호적 여건 활용하는데 성공
전기차 출시, 하이브리드차로 뒷받침···최고기록 경신 도전

기아의 연간 영업실적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기아의 연간 영업실적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기아가 지난해 비용 하락, 신차 수요 지속 등 우호적 여건에 힘입어 업력상 최고 영업실적을 또 한 번 기록했다. 올해도 최고 실적을 넘어서기 위해 소형 전기차 신모델을 승부수로 내세웠다.

25일 기아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9조1421억원) 대비 60.5% 증가한 11조607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5조4803억원에서 15.3% 늘어난 99조8084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지난 2015년부터 9년 연속, 영업이익은 2021년부터 3년 연속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기아는 지난해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등 고수익 모델의 판매 비중 확대를 꼽았다. 이와 함께 원자재 등 재료비의 감소, 원화 강세 등을 실적증가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는 치열한 글로벌 시장 경쟁 구도 속에서 인센티브 등 마케팅 비용을 확대하고 인건비를 높이는 등 각종 실적 감소 요인의 영향을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는 지난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하반기 들어 재료비 상승세 전환, 신차 수요 둔화 등 요인이 작용함에 따라 분기별 실적에서 기복을 보이기도 했다. 기아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액 24조3282억원, 영업이익 2조4658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아의 지난해 미국 베스트셀링 카인 스포티지. / 사진=기아 미국법인
기아의 지난해 미국 베스트셀링 카인 스포티지. / 사진=기아 미국법인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5.0%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6.0% 감소했다. 이 중 영업이익은 지난해 분기별 실적 중 가장 낮다. 국내에서 개별 소비세 인하 종료 등으로 인한 하반기 수요 감소가 발생한 한편, 인도에서 신차 출시에 앞서 수요 공백이 발생했고 미국에서 전기차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 요인에 영향받았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 참석해 “지난해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선전했지만 지정학적 어려움 있는 일부 권역과 중국에서 부진해 11만여대 정도 판매 차질을 빚었다”면서도 “재료비 감소세가 연중 이어진 한편, 제값받기를 지속하고 재고관리가 잘 이뤄져 인센티브를 효과적으로 집행한 결과 당초 예측한 수익성을 보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기아가 12일 경기도 여주에서 EV데이를 열고 EV3, EV4, EV5를 공개했다. / 사진=박성수 기자
기아가 지난해 10월 12일 경기도 여주에서 EV데이를 열고 EV3, EV4, EV5 등 최신 소형 전기차 라인업을 공개했다. / 사진=박성수 기자

◇올해 판매 늘려 ‘역대최고 기록’ 돌파에 도전

기아는 내년 손익 목표로 매출액 101조1000억원, 영업이익 12조원, 영업이익률 11.9%를 제시했다. 지난해 실적과 비교해 매출액 1.3%, 영업이익 3.4%, 영업이익률 0.3%P씩 증가한 수치다.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경신할 것이라는 포부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기아는 지난해 판매목표인 320만대에 올해 재도전한다. 기아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도매 기준 308만7000대로, 올해 이보다 3.7% 늘린다는 목표다.

목표 달성을 위한 기아의 무기는 소형 전기차다. 기아는 오는 6월 EV3를 출시한 데 이어 내년 초 EV4를 내놓을 계획이다. 올해 신차로 두 모델만 선보인다.

기아는 두 모델을 앞세워 전체 판매량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기아 오토랜드 광명(소하리 공장)에 두 모델을 연간 총 20만대 양산 가능한 공정을 구축하고 본격 가동한다. 신차 2종 뿐 아니라 전기차 EV6, 준중형 SUV 스포티지, 준대형 세단 K8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국내외 시장에 잇달아 출시해 실적 확대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기아 오토랜드 광명 1공장에서 기아 전기차 EV9이 양산되고 있다. / 사진=기아
기아 오토랜드 광명 1공장에서 기아 전기차 EV9이 양산되고 있다. / 사진=기아

◇전기차 가격 경쟁력 확보에 총력···하이브리드차 판매도 확대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기아가 전기차로만 신차 라인업을 구성한 점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예년에 비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기차 위주 신차 라인업이 전체 실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가 올해 출시할 저가형 전기차 2종에 신차효과가 달려 있다”며 “최근 전기차 선호도가 낮아지는데다 두 모델이 충분히 낮은 가격에 출시 가능할지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기아는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방침이다. 올해 출시할 전기차의 가격대를 동급의 하이브리드차, 내연기관차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내놓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주 부사장은 “EV3, EV4, EV5가 얼마나 경쟁력 있는 가격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와 EV9의 선진국 흥행 여부에 따라 기아의 수익성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신차 흥행 가능성에 대해) 나쁘게 볼 이유는 없다고 보고, 앞으로 가격 경쟁력과 제품 차별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하이브리드차의 판매실적을 꾸준히 늘려 수익성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기아는 최근 높은 생산단가 때문에 비교적 낮았던 하이브리드차 수익성을 최근 가솔린차, 디젤차 등 내연기관차와 동등한 두 자릿수 비율에 가까운 수준으로 개선했다고 밝혔다. 올해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라인업을 확산시켜 고수익 구조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주 부사장은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겠지만 권역별로 신차 공급 확대를 요청하는 상황”이라며 “어떤 불확실한 변수가 작용하지 않는 한 판매, 수익성 목표 달성을 자신한다”고 밝혔다.

기아 중국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 사진=기아 중국법인
기아 중국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 사진=기아 중국법인

◇중국서 EV5로 절치부심···생산효율 개선도 추진

또 기아는 중요한 시장이지만 저조한 판매실적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을 공략하는데 힘쓸 계획이다. 기아는 지난해 중국에서 전년(8만9000대) 대비 9.3% 감소한 8만대를 판매하며 1%에도 못미치는 점유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 같은 부진을 단기간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기아 내부의 중론이다.

다만 기아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시장 중 중국에 선제적으로 출시한 소형 전기차 EV5의 파생모델을 올해 후속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중국 공장 가동률을 1분기 1만대에서 4분기 3만2000대까지 높여 가동률, 수익성을 개선할 예정이다.

주 부사장은 “(글로벌 시장 중) 중국에서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아는 중국에서 버티는 가운데 미래(성장)을 위해 EV5를 론칭했고 이를 성공의 변환점으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기아 본사. / 사진=기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기아 본사. / 사진=기아

◇작년 기말 배당 5600원 책정···올해 배당성향 25% 이상 목표

한편 기아는 올해 주주·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을 지난해보다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지난 회계연도 기준 기말 배당금을 전년 대비 2100원 오른 5600원으로 책정했다. 향후 개최할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기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한 후 이 중 절반을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 재무 목표를 달성하면 나머지 절반의 자사주를 모두 오는 4분기 중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배당성향을 25% 이상 수준으로 달성하며 자사주 매입 포함 주주환원율을 최대 31%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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