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 브랜드 BMW·벤츠 주춤, 전기차는 10% 신장···내년 전체판매 감소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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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입차(승용) 판매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올해 국내 수입 승용 신차 시장이 고금리, 고물가 기조 때문에 예년보다 작은 규모를 보일 전망이다.

2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1~11월 KAIDA 가입 수입차 업체들의 신차 판매대수는 24만3811대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11개월간 월평균 판매대수인 2만2000여대를 이달 판매해도 지난해 28만3435대를 넘기기 어렵다. 최근 수년간 증가하던 수입차 판매가 감소한 까닭은 과거에 비해 늘어난 신차 구매 부담 때문이다.

신차 구입시 할부 개월 수, 선입금 등 조건에 따라 높게는 9% 안팎의 금리가 적용돼 매월 고객이 지불해야 하는 할부금이 인상됐다. 상반기 말 자동차 개별소비세 감면 정책이 일몰된 후 하반기 수요가 주춤한 점도 전체 실적을 끌어내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 판매량에선 BMW를 앞서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충전 시설 투자에선 BMW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 판매량에선 BMW를 앞서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충전 시설 투자에선 BMW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BMW-벤츠, 최상위권 지켰지만 실적은 주춤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최상위 업체 두 곳의 판매 실적이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이 전체 판매량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BMW(6만9546대), 벤츠(6만8156대)가 기록한 판매실적은 총 13만7702대로 전년 동기(14만3238대) 대비 5536대(3.9%) 감소했다. 이 감소폭은 같은 기간 쉐보레 판매실적 5472대를 웃도는 규모다. 양사는 올해 전기차를 비롯한 각종 신차를 출시하며 라인업을 지속 보강했지만 타 브랜드가 내놓은 신차들의 인기로 수요를 일부 흡수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판매 1위 자리를 지켰던 벤츠는 올해 마지막 한 달을 앞두고 BMW에 약 1300대 차이로 뒤지고 있다. 12월 실적에 양사의 희비가 갈릴 예정이다.

양사에 이어 3위 다툼도 연말까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아우디(1만6650대), 볼보(1만5410대)가 근소한 차이로 달려가는 중이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아우디 실적이 11.3% 감소한 반면 볼보 실적이 22.1%나 증가하며 엇갈린 추이를 보이고 있다. 아우디는 주행거리를 늘린 전기차 Q4 e-트론을 비롯해 신차 라인업을 폭넓게 확보했지만 마케팅 전략에서 뒤쳐졌다는 분석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올해 베스트셀러인 XC60. /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올해 베스트셀러인 XC60. /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는 정찰제로 고객이 예측 가능한 가격 정책을 이어온 한편 품질, 서비스 경쟁력을 인정받아 ‘독일차의 대안’으로 수요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볼보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하이브리드차를 모든 모델에 전면 도입한 점도 호실적 요인으로 꼽힌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KAIDA에 가입하지 않은 테슬라(1만5439대)도 중국산 모델Y의 인기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었고, 3위 쟁탈전을 더욱 달궜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는 “지난해 6위였던 볼보가 지난해 4위였던 폭스바겐을 밀어내고 올해는 아우디의 3위 자리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라며 “테슬라를 포함한 3사가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 브랜드 점유율 3위 자리를 놓고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렉서스(1만2191대), 토요타(7602대)가 지정학적 이슈를 극복하고 실적을 개선하고 포르쉐(1만442대), 랜드로버(4684대) 등 고급차 브랜드의 성장폭도 주목받았다. 벤틀리(748대), 롤스로이스(255대) 등 초호화 럭셔리카 브랜드들도 올해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 판매량을 이미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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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입 전기차 판매 상위 5종.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수입 전기차 시장 확대···베스트셀러 ‘모델Y’

수입 전기차의 판매실적이 전체 시장 규모 추이와 달리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KAIDA 회원사의 전기차 판매실적은 지난 1~11월 2만3251대로 전년 동기(2만1323대) 대비 9.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의 판매 점유율도 8.4%에서 9.5%로 상승했다. 판매 수입차 10대 중 1대가 전기차인 셈이다. 전기차만 판매 중인 테슬라가 실적을 전년(1만4372대) 대비 올해 7.4% 늘리며 수입차 전동화에 기여했다.

테슬라는 단일 모델 기준 최고 판매 차량에 모델Y(1만3086대)를 등극시키기도 했다. 중국산 으로 국내 전기차 구매 보조금 100%를 지급받을 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모델Y는 올해 테슬라 국내 판매실적의 85% 비중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EQE 2613대, iX3 2534대, i4 2286대, EQB 1682대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5위권 차량에 모델Y를 제외한 4종은 모두 벤츠, BMW 양사 모델이 이름을 올렸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내년 1월 출시할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11세대 모델. /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내년 1월 출시할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11세대 모델. /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내년 신차 대거 출격, 경기가 변수 “올해보단 판매 줄 듯”

내년 수입차 시장 전망에는 호재와 악재가 뒤섞여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각각 전기차를 포함한 다양한 신차를 출시하고, 국가 기준금리의 인하에 따른 신차 할부 구매부담의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은 호재다.

벤츠가 내년 1월 인기 모델인 E클래스의 11세대 완전변경모델을 시작으로 신차 라인업을 마련했고, BMW는 전기차 버전 iX2를 비롯한 X2 시리즈 등 신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볼보는 소형 전기차 EX30을 2분기 중 출고 개시하고, 폴스타도 상반기 중 전기 SUV 폴스타3를 출격시킨다. 각 사가 다양한 신차로 출시 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이어지는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국내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물가 상승에 따른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시장 악재로 꼽힌다. 올해 반도체 수급난 극복에 따른 신차 판매 확대의 기저효과도 내년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내년 수입차 시장 규모가 올해(30만대) 대비 3.3% 감소한 29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KAMA는 “내년 수입차 판매실적은 경기 부진과 할부금리 상승이 감소요인으로 작용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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