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주세법 개정안 입법 예고
롯데칠성음료, 사실상 소주값 인상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소주값을 놓고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과세표준을 변경해 물가안정에 기하기로 하면서 하이트진로는 선제적으로 소주 출고가격을 인하한 반면, 롯데칠성음료는 출고가 가격을 인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3일 기획재정부는 주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재부는 개정안에 원가에 비례해 세금을 책정하는 종가세 적용 대상인 국산 주류 과세 시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즉 과세표준을 변경해 물가안정에 기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 사진=셔터스톡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 사진=셔터스톡

그간 국산 주류는 제조원가에 판매비용과 이윤이 포함된 반출가격에 세금이 매겨졌다. 반면 수입 주류는 판매비용과 이윤이 붙기 전, 수입 신고 가격에 매겨져 국산주류의 세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기준판매비율은 주세를 계산할 때, 세금부과 기준인 과세표준을 줄여주는 일종의 세금 할인율을 의미한다. 기준판매비율이 커질수록 과제표준이 낮아져 세금이 줄어들게 된다. 국세청은 내년 도입되는 기준판매비율 심의 결과 소주의 기준판매비율을 22%로 결정했다. 따라서 정부는 국산 증류주의 공장 원가에서 기준판매비율만큼 빼고 나머지에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정부 개정안 예고에 하이트진로는 지난 22일 출고분부터 참이슬과 진로 출고가격을 선제적으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참이슬과 진로는 기존 출고가에서 10.6% 낮아졌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연말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동참하고 성수기에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고자 법 시행 전인 22일 출고분부터 선제적으로 인하된 가격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롯데칠성음료는 “내년 1월1일부터 소주 제품(처음처럼, 새로)에 한해 반출가격(제조원가, 판매비용, 이윤포함)을 인상한다”며 “처음처럼(360㎖ 병)의 경우 6.8%가 올라가며 새로(360㎖ 병)는 8.9% 인상된다”고 밝혔다.

처음처럼 360㎖ 병의 현재 반출가격은 546원이다. 정부가 도입할 기준판매비율 22%를 적용해 출고가를 계산하면 1039.08원이 된다. 그러나 롯데칠성음료가 이번에 올린 반출가격 기준으로 정부의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해 출고가를 계산하면 1109.74원이 된다. 반출가격이 올라 출고가도 6.8% 뛰게 된 것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출고가를 인상하지만 정부의 기준판매비율 도입으로 실제 출고 가격은 현재 가격 대비 저렴해진다”고 했다. 처음처럼은 4.5%, 새로는 2.7% 인하된다는 것이 롯데칠성음료 측 주장이다.

다만 이는 정부가 도입한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출고가는 1162.7원으로 오른 반출가격에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해 산출한 출고가인 1109.74원보다는 높다. 결국 정확한 비교를 위해선 현재 가격에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한 상태에서 봐야한다. 이 경우 롯데칠성음료 소주 가격은 1039.98원에서 1109.74원으로, 사실상 새해부터 소주 가격이 오르게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칠성음료가 이같은 주장을 펴는 데는 ‘가격 인상’ 시점을 놓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주정 가격이 올랐을 당시 주류업체들이 일제히 가격 인상에 나선 바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당시 제품 가격을 인상했으면, 정부가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했을 때 하이트진로처럼 줄어든 세금만큼 출고가를 내리면 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IR에서 “수익성 강화를 위해 연내 가격 인상에 나서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로 소주값 인상이 어려워지자, 기준판매비율 근거를 들며 시장 혼선을 빚은 것이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9일 참이슬 후레쉬와 오리지널의 출고가를 80원(6.95%) 인상했다. 다만 정부의 기준판매비율 적용 발표가 나온 이후 하이트진로는 소주 제품의 출고가를 인하한다고 했다. 이로써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진로는 기준 출고가에서 10.6%, 과일 리큐르는 10.1%, 증류식 소주는 10.6% 낮아졌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경영 개선 활동을 통한 원가절감으로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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