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이뤄진 한화그룹-대우조선 결합
11개 분기만에 흑자전환···체질개선 성과
유상증자로 1.5조원 투자 재원 마련···2040년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5조원 목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45년 만에 대우조선 간판을 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5월 한화그룹 품에 안기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민영 3사 구도로 재편됐다. 한화그룹이 기존 방산과 항공, 우주에 이어 조선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육해공 통합 방산업체’를 거듭나면서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꿈꾸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숙원을 15년 만에 실현할 채비를 마치게 됐다.

한화오션 인수 이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경영능력도 대내외적으로 입증됐다는 평가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 인수 뒤 첫 분기인 올해 3분기 흑자전환을 이루며 경영 정상화에 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지난 7월에는 울산급 배치-III 5·6번함 건조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HD현대중공업과의 방산 수주 경쟁에서 승리하면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버지 숙원 이룬 장남···‘한국판 록히드마틴’ 현실화

외환위기 때부터 휘청거렸던 대우조선해양은 대우그룹 해체 속에 채권단 손에 넘겨졌다. 대우조선해양은 21년간 주인 없는 기업으로 버티며 한화그룹에 인수되기 전까지 10년 동안 7조원이 넘는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를 위한 명분으로 투입된 혈세만 11조8000억원에 이른다.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을 인수하기까지는 15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 2008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주도로 6조원 이상을 들여 대우조선을 인수하려 했다. 하지만 이 시기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지며 자금 조달 문제가 발생했고, 중국의 저가수주 경쟁으로 조선업도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인수는 불발됐다.

김 회장의 숙원인 대우조선 인수는 장남인 김 부회장이 끝맺었다. 그는 한화오션 인수에 중추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결합을 최종 승인하면서 한화그룹이 ‘한국판 록히드마틴’ 현실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한화오션과 결합으로 차기 총수로 평가받는 김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주요 사업인 방산 사업의 경쟁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졌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경영능력 시험대된 한화오션···실적으로 입증한 김동관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 인수 첫 해부터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김 부회장은 기타비상무이사 자격으로 경영에 참여하며 한화오션의 빠른 경영 정상화와 해외시장 확장을 지원해왔다.

한화오션은 인수 뒤 첫 분기인 올 3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 2020년 4분기 이후 11개 분기만의 적자 탈출이다.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 선별 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회복한 것으로 적자 탈출의 주된 이유다. 또한 김 부회장이 추진해 온 경영체질 개선 및 경영 효율성 강화 등이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9169억원, 영업이익 74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5.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한 것이다.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 체질 개선을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먼저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파격적인 임금 조건을 내거는 등 인력난 극복에 집중했다. 지난 9월에는 채용 설명회 현장을 찾아 대학생들과의 질의응답을 직접 진행하는 등 인재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과제였던 노조와의 관계 개선도 합격점이라는 평가다. 한화오션은 조선사 3사 중 가장 빨리 임단협 타결이라는 성과를 냈다. 출범 첫해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21년 동안 채권단 관리를 버텨낸 대우조선맨들과의 융화를 통해 무분규 타결을 이뤄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계열사 방산 시너지 결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는 특수선 부문에서 수주를 따내며 증명해 보이고 있다. 한화오션은 올해에만 특수선 4척을 수주하며 방산 부문에서 앞서나가는 모양새다. 

최근 한화오션은 방위사업청과 울산급 호위함 배치(Batch)-III 5,6번함 건조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함정 건조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내년에는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 입찰을 놓고 HD현대중공업과 수주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한화오션, 향후 과제는

선제적 투자를 통한 미래 경쟁력 확보는 숙제로 남아있다. 한화오션은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방산과 상선 분야 신규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40년까지 매출 30조원과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다만 유상증자 상장을 앞두고 한화오션 주가가 떨어지면서 당초 2조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은 다소 축소됐다. 한화오션에 따르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한 조달 예정 금액은 1조4970억원이다. 

자금 수혈을 마친 한화오션은 신사업 확장을 본격화할 채비를 마친 상태다. 구체적으로 방산 인프라 구축에 5700억원, 친환경·디지털 선박에 3821억원,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245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투자 규모는 줄었지만 해상풍력 투자 금액은 기존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늘렸다. 한화오션은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로 신재생 에너지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해상풍력발전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집중 투자를 통해 글로벌 해양·에너지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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