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올해 선박 신규 수주액 41兆···지난해보다 28.6%↓
가득찬 일감에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 계약
IMO 탄소 배출 규제에 친환경선박 시장 선점 속도전

HD현대중공업의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의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 / 사진=HD현대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국내 조선업계에 피크아웃(고점 후 내림세)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0여년간 계속된 부진에서 벗어나 3~4년치 일감을 확보해 호황기를 맞이했지만, 글로벌 선박 발주 물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또다시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걱정과 염려가 조선소에 퍼지고 있어서다.

11일 증권가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우리나라 주요 조선사의 올해 신규 수주액은 313억9600만달러(약 41조38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지난해 439억8300만달러(약 57조9600억원)와 비교하면 1년 만에 28.6% 줄었다.

글로벌 선사들의 신규 발주 물량이 줄어들면서 국내 조선소의 수주액 및 규모도 감소하고 있다. 전세계 신규 선박 수요는 2021년에 정점을 기록한 후 하락세다. 당시 발주량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5468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였다.

그러나 다음해에는 14.5% 줄어든 4674만CGT, 올해는 3809만CGT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선박 숫자로 보면 지난해의 경우 1811척이 발주됐지만, 올해는 14.7% 줄어든 1540여척 수준에 머물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국내 조선업계의 주력 선종의 발주량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피크아웃 우려를 가중시키는 이유 중 하나다. LNG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은 우리나라의 대표 선박인데, 각각 전년 대비 물량이 62.8%, 47.7% 줄었다. 반면 탱커선과 LPG운반선은 같은 기간 각각 182.%, 164.1% 늘었다.

조선업계는 피크아웃의 대응책으로 선별 수주와 친환경선박 경쟁력 카드를 꺼내들었다. 수주액과 발주량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고부가가치 및 친환경선박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어 이들 선박 위주로 건조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들이 탱커선 등과 같은 마진이 크지 않은 선박보다 LNG운반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만 골라서 수주하고 있다”며 “HD현대중공업은 3.34년분,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3.78년, 2.74년에 달하는 일감을 이미 확보한 만큼 수익성 높은 선박만 수주하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배출 억제 흐름에 따른 친환경선박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커지는 것 역시 피크아웃 우려를 불식시킨다. IMO는 선박의 탄소량을 줄이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총량의 50%를 줄여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EEXI(현존선에너지효율지수) 규제와 CII(선박탄소집약도지수) 등을 시행 중이다. 이들 규제는 매년 기준치가 강화되면서 친환경선박에 대한 ‘눈높이’를 높인다. 탄소 배출량을 시간의 흐름에 맞춰 줄이면서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 및 연구개발을 재촉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친환경선박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으로 2025년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HD현대중공업은 2020년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암모니아 이중 연료 엔진에 대한 기본 인증을 획득하는 등 내년까지 암모니아 대형 엔진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올해 들어 암모니아운반선(VLAC) 건조계약을 5척이나 따냈다.

업계 관계자는 “VLAC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매년 20여척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암모니아 추진 엔진 등 친환경선박에 대한 발주 물량은 IMO 규제로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빠르게 해당 시장을 선점하면 국내 조선소들의 호황기를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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