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특허청에 자일리쉬 상표권 출원
롯데가 사용하던 상표권, 오리온이 꿰찰까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롯데와 오리온이 또다시 상표권으로 맞붙었다. 과거 양사는 자일리톨, 후레쉬베리, 초코파이 등 비슷한 상품군으로 양사가 법적 공방을 벌여왔던 상황에서 이번에는 ‘자일리쉬’로 주도권 싸움에 나선 것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최근 특허청에 자일리쉬 상표권을 출원했다. 자일리쉬는 롯데지주가 1990년대 국내서 처음 사용한 상표다. 롯데지주는 2020년 자일리쉬 상표권 소멸 이후 재등록하지 않은 가운데 오리온이 최근 자일리쉬 상표권을 출원했다. 자일리쉬 상표는 현재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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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자일리톨 용기껌과 오리온의 더자일리톨 용기껌. / 사진=한다원 기자

자일리쉬는 일본 메이지(Meiji)사가 1997년 발매한 자일리톨 껌 이름이다. 자일리쉬는 일본의 대표적인 자일리톨 껌 중 하나다. 최근 일본에서도 껌 소비량이 줄자 메이지는 자일리쉬를 기존 껌에서 젤리 형태로 사업을 전환했다.

국내서 가장 먼저 자일리쉬 상표를 사용한 곳은 롯데지주다. 롯데지주는 1997년 자일리쉬 상표를 출원해 1998년 상표권을 등록했다. 1998년부터 2008년간 상표권을 사용한 롯데지주는 상표권 기한이 소멸되자 같은해 해당 상표를 다시 출원해 2010년 재등록했다. 이후 2020년 다시 기한 만료로 소멸됐지만 롯데지주는 재등록하지 않았다.

사실상 3년간 자일리쉬 상표에 대한 주인이 없었던 상황에서 오리온은 최근 자일리쉬 상표를 출원했다.

롯데와 오리온의 상표 싸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03년 롯데와 오리온은 자일리톨 껌 관련 상표권 소송을 치렀다. 이후 2016년에도 자일리톨을 놓고 양사의 법정 공방이 있었다. 롯데제과는 2016년 오리온이 리뉴얼 출시한 ‘더 자일리톨’ 신제품이 롯데제과의 ‘자일리톨’ 껌과 유사하다며 디자인 사용 중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당시 오리온은 기존 펌프껌을 용기껌으로 리뉴얼했다. 껌 용량을 늘리면서도 가격변동없이 출시해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양사는 용기껌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팽팽히 맞섰다. 오리온의 더 자일리톨은 기존 펌프껌 포장 전면 상단에 빨간색 오리온 로고를 없애고 녹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THE XYLITOL’라고 적혀있다. 롯데제과는 자일리톨의 포장 전면에 흰색 바탕에 녹색 글씨로 ‘LOTTE XYLITOL’을 표기했다.

2003년 롯데와 오리온이 첫 자일리톨 상표권 분쟁을 일으켰을 당시에는 오리온이 디자인을 바꿨다.

이뿐 아니라 롯데와 오리온은 후레쉬베리, 초코파이 상표권 등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인 바 있다.

후레쉬베리는 오리온이 1990년 선보인 상품이다. 오리온은 ‘Fresh Berry’로 상품을 판매했고, 롯데는 ‘Fresh Very’로 차별점을 뒀다. 롯데 제품은 국내에서는 단종됐다.

초코파이의 경우 오리온은 “자사의 고유 상표”라는 점을 강조하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롯데와 해태는 20년 넘게 같은 이름의 제품을 판매해온 만큼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법원은 당시 롯데와 해태의 손을 들어줬다.

다시 롯데와 오리온의 자일리쉬 상표가 맞붙은 가운데 오리온이 자일리쉬 상표권을 가져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현재 오리온은 자일리쉬 상표를 출원한 상태지만, 자일리쉬를 활용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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