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편의점 계산대 장악했던 껌, 최근 젤리류로 대체돼
코로나19 영향에 대체 식품 증가 영향···껌 인기 갈수록 줄어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편의점 계산대 앞 매대를 장악했던 국민 간식 강자 ‘껌’이 사라졌다. 과거 배고픔을 달래거나 식사 후 입가심용으로 씹는 에티켓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율이 높았던 껌은 다수 단종되거나 유통업체 매대에서 빠지고 있다. 최근 다양한 종류, 식감의 젤리, 사탕류가 SNS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자, 껌 시장 규모도 줄어드는 추세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껌 대신 젤리, 사탕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껌 시장이 빠르게 축소됐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껌 취식 불편함이 이어지자 소비자들의 구매율이 확연히 줄었다.
대표적으로 롯데제과는 지난해 1월, 2017년 잠정 생산을 중단했던 대표 껌 제품 후레쉬민트를 재출시하며 ‘롯데껌 삼총사’(쥬시후레쉬·스피아민트·후레쉬민트) 인기를 되살리려 했지만 실패했다. 과거 1972년 국내 슈퍼마켓에서 롯데껌 삼총사로 불렸던 롯데제과의 껌 3종은 껌을 국민 간식으로 만들어낼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생활수준 향상, 대체 먹거리 증가 등 이유로 예전만큼 주목을 받지 못한다.
실제 국내 껌 대표 기업인 롯데제과에 따르면 껌 매출은 2019년 1733억원에서 2020년 1598억원, 2021년 1362억원으로 해마다 줄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도 국내 껌 시장은 지난 2015년 3210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9년 2590억원, 2020년 2540억원으로 꾸준히 줄었고 오는 2025년에는 2500억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껌 시장은 자일리톨과 같은 핵심 껌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 흐름을 보여왔지만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착용 때문에 껌 판매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오리온 관계자도 “껌을 대체할 젤리나 사탕 등이 많아져 소비자 관심도도 다른 간식류로 옮겨지고 있다”며 “오리온에서도 다양한 식감의 껌을 생산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편의점 펀슈머(Fun+Consumer·재미를 찾는 소비자) 마케팅이 더해지며 젤리 수요가 늘어난 점도 껌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GS25의 껌·캔디·젤리의 연도별 매출 비중을 보면 젤리는 2019년 42.9%, 2020년 47.2%, 2021년 49.5%로 점차 커지는 반면, 껌은 같은 기간 20.4%, 15.7%, 13.1%로 줄었다. CU에서도 젤리 매출 비중은 2019년 52%, 2020년 54%, 2021년 57.1%로 60%대를 육박했지만 껌은 같은 기간 23.4%, 17%, 13.7% 등으로 급감했다.
소비자들도 껌 대신 다른 간식거리를 더 많이 찾는 추세다.
일주일에 5회 이상 젤리를 구매하는 직장인 박아무개씨(32)는 “젤리의 식감이 좋기도 하고 껌처럼 오래 씹지 않아도 업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어 자주 구매하고 있다”며 “껌은 구매한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아무개씨(30)는 “요새도 장기간 운전을 해야하는 경우 껌을 구매하기는 하지만 어릴 때만큼 구매하지 않는다”며 “주변 친구들도 껌보다는 새로운 젤리를 구매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간식이라고 할 만한 제품이 별로 없어서 껌 인기가 높았다면 요새는 요거트·아이스크림·젤리 등 후식·디저트 문화가 발달해 껌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며 “그간 껌 기업들이 내세웠던 충치 예방 마케팅이 소비자들에게 힘을 잃어 껌 인기가 후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영향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다양성 추구 욕구 때문에 껌 수요가 감소했다고 본다”며 “더 재미있고 맛있는 것을 원하는 상황에서 껌과 유사한 다른 간식류가 늘어났고,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듯 하다”고 예상했다.